사진의 발명은 회화에 큰 타격을 줬다. 화가들이 며칠, 길게는 몇 달에 걸쳐 현실적으로 묘사하려 했던 피사체를 사진은 이제 몇 분이면 찍을 수 있었다. 더 선명하고, 더 디테일하게 말이다. 그래서일까. 1862년, 프랑스의 미술가들은 사진은 '영혼이 없는 기계적 공정'일 뿐이라며, 예술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19세기 사진가들은 사진을 회화와 분리시켜 보기 보다는, 사진에 회화의 양식을 차용했다. 다게르의 첫 사진이 보여주듯, 구도를 잡는 다는 건 회화의 전통을 따르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헨리 피치 로빈슨(henry peach robinson)은 네거티브 필름들을 합성한 사진을 만들었는데, 그의 이러한 작업은 하이 아트(high art)를 이끌었다. 하이 아트는 '어떤 방식으로든 아름다움이나 예술적 효과를 얻는 것을 옹호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진적 시도였지만, 이는 여전히 회화적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880년대, 에머슨은 하이 아트를 거부하고, '미술을 모방할 게 아니라, 사진만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포착해야 한다'는 자연주의 사진 흐름을 제시 했다. 그는 몇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고전적인 규칙을 따르지 말고 자유롭게 구도를 잡을 것, 조명이나 포즈, 의상, 소품 등으로 속임수를 쓰지 말 것 등'이었다. 에머슨은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그런 점에서 사진은 회화와 다른 독자적인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이러한 논란은 계속 됐다. 이때 두드러진 흐름은 회화주의 사진이었다. 그들은 사진이 회화의 특성을 더욱 잘 재현 할수록 예술적 가치가 증대된다고 생각해, 회화작품들을 모방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꾼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다. 그는 사진 활동 초기에는 회화주의 사진을 좋아하긴 했지만, 후에는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스트레이트 사진을 추구했다. 스티글리츠는 전시회를 열거나 잡지에 사진 비평을 기고하는 등 보다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독자적인 사진 예술의 길을 모색했다. 이러한 노력은 미술관 큐레이터나 비평가들로 하여금 사진을 다른 미술과 같이 예술로 받아들이게 했다.
스티글리츠는 사진에 직접적인 조작을 해 회화주의를 표방하는 다른 사진가들과 달리, 사진의 '객관성'을 추구했다. 그는 사진은 '카메라 앞의 사물의 시각적 은유이자 정확한 표현이며, 동시에 그 내적인 느낌에 대한 외적 상응물'이라 말했다. 1950년대 마이너 화이트(Minor White)는 스티글리츠의 이러한 사고를 확장시켰다.
스트레이트 사진은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사진의 흐름을 주도했다. 대표적인 사진가는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다. 그는 단순한 테크닉과 최소한의 장비만을 활용해, 피사체의 객관성과 작가의 개인성을 포착했다. 안셀 아담스, 폴 카포니그로, 이모겐 커닝햄 등이 대표적인 스트레이트 사진가다.
20세기 초, 회화에는 야수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 다다, 초현실주의 등의 운동들이 생겼다. 이러한 미래파 예술 운동의 중심에는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가 있었다. 1922년 이곳에 부임한 헝가리 예술가 모홀리 나기(Moholy-Nagy)는 사진을 통해 시각적 양식을 재구성하려 했다. 그는 포토그램(카메라 없이 인화지에 오브제를 노출시켜 이미지를 얻는 기법), 포토몽타주, 광학적 왜곡, 특이한 앵글, 다중노출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또 다른 대표적 사진가는 만 레이인데, 그는 이미지를 현상 과정에서 광선에 노출시키는 솔라리제이션과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1950년대에 들어 사진은 사진만의 독자적인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진만 다루는 갤러리와 잡지들의 등장의 그 증거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진가는 아론 시스킨드(Aaron Siskind), 해리 캘러한(Harry Callahan), 안셀 아담스, 마이너 화이트, 로버트 프랭크가 있다. 특별히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은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각적 방향을 제시했다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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