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잘 찍는 방법이 있을까? 최적의 노출, 조리개, 셔터 스피드, ISO, 구도, 구성, 빛, 질감, 형태 등을 잘 포착해내는 기술적 이론들을 마스터 하면 될까? 사진을 정말로 잘 찍고 싶어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기술적&이론적 지식들은 그래도 초보자 이상으로 알고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실제 상황에서 계속 테스트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영화 사진을 가르치는 제리 율스만은 개강 첫날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쪽은 '양적 집단'이라 하여, 과제 100장을 제출하면 A, 90장을 제출하면 B, 80장을 제출하면 C를 주겠다고 했다. 반면 다른 집단은 '질적 집단'이라 하여 단 장의 사진의 '질'에 따라 점수를 주기로 했다. 사진 결과물은 어디가 더 우수했을까?
놀랍게도 완성도 높은 사진의 대부분이 양적 집단에서 나왔다. 이들은 100장 이상의 사진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좋은 사진이든, 나쁜 사진이든 우선은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구도와 노출을 실험하고, 인화 방법 등에도 변화를 주기도 했으며, 여러 실수에서 발견되는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반면, 질적 집단에서는 단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저 그런 사진들을 만들어 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찍어야 한다는 말은 그런 점에서 지극히 타당하다. 관건은 무작정 많이 찍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는 피드백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이나 그림, 음악이나 사진 등 실력을 쌓아야 하는 모든 분야가 그렇듯 특정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선은 질보다 양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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