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 17일 차. 어쩌면 쓸모 없는 글과 사진, 영상들을 쏟아냈다. 2주가 막 지난 시점에서 이 여행의 성과를 재단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조금 지쳤나보다. 목표를 향한 조바심에 몸과 마음이 휩쓸리다 못해 조금 멀리 뒤쳐졌나 보다. 다시, 천천히, 내 템포를 찾아 걸어 가야지.
2> 2주간 인도를 여행하며, '여행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여행은 '존재'를 재감각하는 일, 그리고 '존재'의 집을 재발견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이 숱한 걸음의 의미는 '존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일'로 귀결되었다. 그러니, 더 풍성하게 지금을 살아내기. 또 어딘가에서 지금을 살아내는 누군가에게 애정을 잃지 않고 표현하기.
3> 인도에는 거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았다. 삶을 회의하고, 인생의 의미를 묻고, 치기어린 반항심으로 사회를 조소하는 지난 날의 내 시간들과 그들의 삶에는 어떠한 접점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4> 한 번은 거리를 걷다가 아름답게 조각된 신상을 파는 여자를 본 적이 있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아이를 옆에 두고 있던 어머니는 하루 종일 경적 소리가 울려대고, 공사장 흙먼지가 흩날리는 그곳에 앉아 아무도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 무한과 같은 시간과 그 속에서 이어지는 생의 버거움을 누가 이해할 수 있으랴. 신상과 너무도 대비적이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만 눈 앞에 아른 거린다.
- 인도 우다이푸르 호스텔에서.
'여행 > 🌎 세계 여행기 S1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다이푸르에서의 나날들⏐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18 ~ 21 (0) | 2020.02.06 |
---|---|
푸쉬카르에서 조드푸르까지의 기록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11~13 (0) | 2020.02.01 |
자이푸르 원숭이 사원 방문기 ⏐ 인도 여행 ⏐ 세계 여행 D+9 (0) | 2020.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