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카르 가는 길 (D+11)
이동 경로: 자이푸르 - 아즈메르 - 푸쉬카르
아침 여덟시. 4일간 머물렀던 호스텔을 나와 아즈메르로 가는 기차역으로 갔다. 이제 혼돈의 이 거리에도 나름의 질서가 있는 게 보인다. 릭샤를 타고 역에 내려 아즈메르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두 시간만 가면 되는 인도에서는 짧은 거리다.
아즈메르로 가는 기차는 한산했다. 옆자리에서 어느 인도 아저씨를 만났는데 힌두어만 하셔서 구글 번역기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정말이지 구글이 없었다면 자유-세계 여행이란 게 가능할까?
아즈메르에서 푸쉬카르로 가는 버스는 단돈 16루피 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찼음은 물론이고, 표를 안에서 구매하는 시스템이라 승무원이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며 돈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도착했기 때문일까. 아니, 꼭 그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푸쉬카르가 한적하고 고요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5500원짜리 (나름) 호텔에서 묵는데 무려 더블룸 독방이다. 대신 따뜻한 물을 쓰려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 스위치를 올려야 하고, 방 안도 어딘가 어두침침하다. 그래도 일주일만에 독립적인 공간을 갖게되어 너무 좋았다.
푸쉬카르를 나오며 만난 프라카시 (D+13)
푸쉬카르에서 점심을 먹고 체크아웃. 아즈메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옆자리에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어느 인도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인스타그램을 주고 받았다. 인도 음식은 어떻게 먹고 있냐는 말에 마침 들고 있던 콜라를 들어보였더니 웃음을 지었다.
아즈메르 역에 내려서는 인도를 여행하는 또 다른 인도인 프라카시를 만났다. 선박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데 휴가 기간이라 동남아를 여행하고 5개월 차에 인도 북부를 둘러보는 중이라 했다.
조드푸르로 가는 기차는 다섯 시간이 넘게 연착이 됐다. 오늘은 인도의 리퍼블릭 데이인데 그 때문인 거 같았다. 프라카시와는 조드푸르까지 목적지도 같았고, 같은 기차였다. 놀라운 건 자리도 바로 앞자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던 그는 나와 같은 호스텔에 예약을 했고, 적어도 조드푸르까지는 좋은 말동무가 생겼다.
기차는 결국 8시까지 6시간 넘게 딜레이. 아마도 자정을 넘겨서 조드푸르에 도착할 거 같다.
너무 힘겨웠던 조드푸르에서의 하루(D+14)
이동 경로: 푸쉬카르 - 아즈메르 - 조드푸르
인도 여행 시작 13일 차.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이름하여 장프로블렘. 뭘 잘못 먹은 것인지 어제 저녁 종일 속을 비워냈다. 오늘은 우다이푸르로 버스를 타고 넘어가는 날인데, 야간 버스를 예약한 터라 그때까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행인 건 프라케시와 함께 넘어간다는 것이었고, 레몬-진저 티는 없었지만 짜이 티를 한 잔 마셨더니 (안에 든 생강 덕분인지) 속이 좀 편해졌다. 그래도 아직 음식을 먹을 엄두는 전혀 안나서, 점심도 거르고 음료수를 한 잔 마시고 있다. 그렇게 지금은 Mandor Garden 근처의 한 노점상 앞에 있는데 이 근방은 인도인가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평화롭다. 조드푸르에 온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조드푸르는 그냥 그랬다. 도시가 왜 블루시티라 불리는지 모를만큼 그냥 아주 조금만 블루한 골목들이 있었고, 시계탑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 골목은 여느 인도처럼 혼돈 그 자체였다.
영상 편집을 하다가 현타가 왔다. 이렇게 계속 가도 되는 건가. 나는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조금 더 진심과 최선을 다해보기로. 어쩌면 내가할 수 있는 건 그 뿐이다.
나름 슬리퍼 칸을 끊었는데, 부디 우다이푸르로 가는 버스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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