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울적하고 무기력했던 이십 대 시절이 있었다. 우울과 좌절 속에서 검은 밤 하늘 같은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몸과 마음 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감당해 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나는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보고, 사색을 하며, 글을 쓰며 보냈다.
한 때는 그렇게 지나간 이십대의 시간과 순간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버린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것들을 하나의 점으로, 하나의 선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른이 된 나는, 그렇게 서른 하나가 되어 가는 시점의 나는 더는 초조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들이 조각 나 버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각으로 고스란히 내게 남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서, 그것들이 '무엇'이기를 바라지 않아도 된다.
다음 물결을 기다리면 된다. 자신이 얼마나 더 유연해졌는지 보기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다음 물결 위로 나아가 보면 된다. 그리고 또 다음 물결에, 또 다음 물결로 나아가 보면 된다. 우리는 좀처럼, 같은 방식으로는 잠식되지 않는 존재다. 지난 시간과 경험을 껴안고, 새로운 물결 위로 나아가면 된다.
서른, 초조해 하지 말고 다음 물결을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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