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글 애드센스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지난 한 달간 광고 노출이 48%가 늘었고, 수익이 42%나 증가했다는 축하 메일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번 돈이 11.7달러, 1만 3천원 정도 되는 돈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블로그에 글을 써서 그 정도 돈이라도 버는 게 어디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정말이지 눈물나는 금액이다.
물론 구글에게 고료를 기대하는 건 전혀 아니다. 어쩌면 단돈 만 원이라도 주는 것이 고마워 해야 하는 게 오늘날 블로거들의 입장이다. 다만,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앞으로의 글쓰기 방향을 정리해 보기 위해서다. 현재 제 블로그 트래픽의 대부분이 여행 관련 정보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보성 글이지만 그런 정리 글을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해 스트레스는 없다만, 솔직히 말해 어느 순간부터 유입이 많아질만한, 그렇게 돈이 조금이라도 될만한 정보성 글이 더 가치있는 글이라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되니 글쓰기가 싫어지고, 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블로그 방향을 재정비해야 겠다 결심하게 건, 어느 블로그에서 '이제 자기 글을 쓰는 사람은 없구나.'라는 문장을 본 다음이었다. 한 방 얻어맞은 듯, 머리가 얼얼했다.
국내 블로거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네이버 블로거와 티스토리 블로거. 한 때는 나도 네이버 블로거였다. 네이버의 장점이자 단점은 광고 수익이 미비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보다 자기다운 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문자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티스토리의 몇 배 이상이 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네이버 블로그에는 자기 스타일 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반면, 티스토리에는 상대적으로 이슈와 정보성 글이 많다. 티스토리의 다소 열악한 이웃 맺기 시스템과 블로그 외부 접근성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티스토리 블로거라면 구글 광고와 애널리틱스가 제시하는 광고 노출, 클릭률, 이탈율 같은 성과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이유도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래서 네이버로 둥지를 옮겨 간다는 건 아니다. 어디든, '좋은'글을 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이 이를 공유하고, 또 다시 읽어보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애드센스 수익이야 여전히 미비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결코 블로그 활동의 모든 가치를 대변하지는 않는 것이니까. 애드센스가 하나의 주축이 되는 티스토리에서는, 한편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균형적'인 글쓰기를 고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승전-좋은 글을 써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블로그의 방향을 고민해 본다.
'기록 > 일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짐이 무의미한 이유 ⏐ 일상 에세이 ⏐ 7 (0) | 2019.12.21 |
---|---|
서른, 초조해 하지 말고 다음 물결을 기다리면 된다 ⏐ 일상 에세이 ⏐ 5 (0) | 2019.12.19 |
트랙에는 허무주의가 들어 설 자리가 없다 ⏐ 일상 에세이 ⏐ 4 (0) | 2019.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