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며,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바로 햇살이다. 햇살이 내게 그토록 중요한 이유에 대해 당장 하나의 이유를 꼽지는 못하겠다만, 나의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 곳곳에는 따스한 햇살이 함께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햇살'하면, 차분하게 가라 앉은 고요한 지난 기억의 조각들이 망막 뒤에서 반짝인다.
매일 날이 좋아 해가 들지는 않는다. 때로는 구름이 잔뜩 껴서 흐리고, 때로는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때로는 펑펑 눈이 온다. 그럼에도 매일의 해는 그 너머에 어김없이 떠올라 있으며, 오늘처럼 내 방에 한가득 스며들기도 한다. 매일 다른 시각에, 다른 각도와, 다른 온기로 나를 찾아오는 햇살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끔은 이렇게 햇살을 가만히 맞고 있는 순간이 새삼스럽다. 그래서인지, 나는 종종 햇살을 쬐며 눈을 감는다. 하루의 순간 중 가장 행복한 이 새삼스러운 순간을 조금 더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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