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책 ‹물고기를 잡는 완벽한 방법›과 같은 곳에 쓰인 메뉴얼이나 ‹물고기 잡기, 이렇게만 하시면 됩니다›와 같은 유튜브 영상을 따라 정석대로 물고기를 잡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여 설명할 수는 없는 기술과 감으로 물고기를 낚아챌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정석과 마이웨이, 그 사이의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물고기를 잡는 것일까? 그렇지. 물고기를 잡으러 강가에 갔을테니까. 그러나 수년 전에 본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들이 물고기를 낚아채는 그 순간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담은 순간들' 때문이다. 내 삶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볼 수 있다면, 결국 기억될 소중한 순간은 큰 물고기를 마침내 낚아채는 찰나가 아니라,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발붙이고 서 있을 수 있었던 모든 선택의 순간들일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욕심이 없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것들을 다스릴 줄 아는 편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더 많은 무엇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중요한 것만을 남겨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많은 경우 욕심과 욕망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함께 희미한 잡담 소리가 창문 너머로 흘러 들어오는 한적한 오후. 가만히 앉아 글을 쓰며 마음을 돌아보고 나면, 정말이지 삶이란 건 아무래도 좋다는 만족감이 든다. 욕심없이 소소하고 그리하여 충만한 하루를 사랑한다. 좋아하는 커피숍에 가서 씁쓸한 원두를 갈은 커피를 마시고, 신선하고 달콤한 과일을 디저트로 먹고,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 아래에서 피자 한판과 맥주를 시켜 먹다 낮잠에 빠지고, 느지막히 해질 무렵 석양을 보고, 숯불 냄새 가득한 작은 가게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의 반복에서 무엇을 더 원할까.
앞으로의 삶이 아무래도 좋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충분히 행복한 것이다. 결국에는 안식을 얻을 것이라는 삶의 약속까지 내게 주어져있다면 아, 정말이지 더 욕심을 부려 무엇하랴. 흐르는 강물 위에 반짝거리는 찰나의 햇살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미 흘러간 그 순간들에 감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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