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가장 끝. 북서쪽에 위치한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 멘장안에 다녀왔다. 멘장안은 웨스트 발리 국립공원의 일부다. 맑고 투명한 바닷물과 다양한 해양 생태계로 인해 발리 최고의 다이빙 및 스노클링포인트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3박 4일간의 멘장안 여행 후기를 기록해 본다. 현지 업체에서 차량을 렌트해서 다녀왔으며, 가이드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했다.
떠나기 전 차량 렌트
차량 렌트는 전에 포스팅했던 업체에서 했다. 공교롭게도 2년 전에 빌렸던 차량과 동일한 혼다 브리오를 빌렸는데, 상태가 전보다 많이 망가져 있었다. 그간 크고 작은 사고가 좀 있었는지 차량 보증금도 기존 $100에서 $300까지 올라있었다. 차 값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금액이긴 했지만, 그래도 현지에서는 꽤나 큰 금액이라 혹시나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차량 하루 렌트 가격은 일 280k 루피아(약 3만원)를 지불했다.
멘장안으로 가는 길
다음 날 아침. 차량 렌트와 점검도 마쳤겠다, 전날에 사놓은 간식 거리와 짐을 챙겨 이른 아침부터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액셀을 밟았다. 꾸따에서 멘장안까지는 장장 4시간까지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멘장안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1) 짱구 위쪽으로 빠져서 서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는 것 2) 우붓을 가로질러 산을 넘는 것이다. 나는 1)번을 택했는데 가보지 않았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발리의 서해안 도로는 웬만한 도심보다 훨씬 더 길이 잘 닦여 있었다. 꾸따나 스미냑, 짱구, 우붓, 낀따마니 등에서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인데 달리는 내내 이게 발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한국의 고속도로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구글 맵에서는 국도로 표기되어 있는 곳은 관리가 꽤나 잘 되고 있는 듯했다.
위험천만한 서부 해안도로
그러나 문제가 좀 있었는데 멘장안 근처 항구로 오가는 화물 차량들이 엄청 많았다는 것이다. 대형 화물 트럭들은 속도가 느린 경우가 정말 많았는데, 이 때문에 도로가 무척이나 정체되었다. 그러나 추월도 쉽지 않았는데 대부분이 1차선인 도로에서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서 추월을 시도하기란 위험할뿐더러 운도 따라야만 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반대편에서 소형 트럭 한 대가 차량 10대가량을 한 번에 제치면서 차선을 넘어오며 다급하게 라이트를 깜빡거렸다. 지금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알아서 잘 대비하라는 발리식 시그널인데, 정말이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급브레이크를 밟는 수밖에 없었다. 3초나 지났을까. 트럭은 간발의 차이로 차를 스치다시피 지나갔다.
쉬엄쉬엄 멘장안으로
멘장안까지 바로 달려갈 수도 있었지만 만만치 않은 도로 사정과 더불어 좌측 주행이라는 핸디캡을 고려하여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중간에 잠시 휴게소 아닌 휴게소에서 음료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발리의 다른 유명 해변처럼 관리가 잘 되고 있지는 않았지만, 자연 그대로의 황량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나름 운치가 있었다.
다만, 이곳에서 나오며 차량의 뒤쪽 범퍼를 살짝 긁었다. 분명 뒤에 작은 벽이 있는 걸 보고 후진하긴 했는데, 당연히 후방 감지 센서가 작동할 거라 기대했던 게 오산이었다. 이 차에는 그런 게 없었다. (지나고 보니 있긴 했는데 잘 작동을 안 했다)
여하튼 범퍼를 살짝 긁은 쓰라린 가슴을 안고서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지나친 포인트로 차를 잠시 돌렸다. Pantai Soan Galuh라는 곳으로 구글 맵을 서칭하다 발견한 곳인데, 동굴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멋져 보여 멘장안에 가기 전에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10분 가량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현지 어부들은 지금은 밀물 타이밍이라 동굴 쪽으로 건너갈 수 없고, 오후나 돼야 물이 빠져서 건너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동굴 샷은 포기하고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멘장안으로 차를 돌렸다.
점심은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은 현지 와룽(작은 음식점)에서 나시 참푸르로 먹었다. 나시 참푸르(Nasi Campur)는 동남아 지역에서 먹는 음식으로 나시는 '밥', 참푸르는 '섞인' 것을 의미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비빔밥과 비슷한데 따로 비벼먹지는 않고 반찬을 한 접시에 담아 먹는 간단한 현지식 뷔페라 할 수 있다. 가격은 보통 2~5천원 사이다.
나시 참푸르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서는 두 어시간을 더 달려 멘장안의 숙소에 도착했다. 본격 멘장안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
'여행 > 🚶 온더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더 로드 ⑧] 발리 멘장안 여행기 (2) 더 멘장안 리조트 (0) | 2023.06.04 |
---|---|
[온더 로드 ⑥] 한국과 발리 (0) | 2023.05.29 |
[온더 로드 ⑤] 흐르는 강물처럼 (0) | 202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