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대로 가니 도착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이 전보다 훨씬 많아진 듯 했다. 세 번째 발리 입국이었다.
한 시간 가량 걸려 도착 비자를 수령하고, 세관 신고를 마치고 공항을 나왔다. 다음에 발리에 도착 비자로 온다면 1) 전자 도착 비자를 사전에 신청하고 2) 공항에 도착해서는 기다리며 전자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면 입국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 같았다.
덴파사르 공항을 나와 그랩을 부르려는데 한 택시 기사가 다가왔다. 대뜸 그랩 화면을 보여주면서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가성비 좋은 나의 호텔 아라나로 간다고 했더니 주소를 찍어서 20만 루피아가 조금 못되는 금액을 보여줬다. 그러더니 동일한 금액에 가자고 한다. 대기 시간도 없고 또 그렇게 직접 영업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감하여 ‘오케이 갑시다’ 했다. 그러나 아니니 다를까 대뜸 주차료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20만 루피아를 더 달라고 했다. 발리에서 이러한 방식의 추가 요금 사기를 이미 당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제가 주차료를 낼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수고염’이라 말하고는 유유히 자리를 떴다. 택시 기사는 ‘오케이. 2백만 루피아!’라고 말했지만 굳이 그의 택시를 타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하여 그랩 존에서 부른 새로운 택시를 타고 40분 가량을 달려 호텔로 왔다. 해질 무렵이었다. 리셉션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전에도 꽤 오래 묵었던 호텔이었고, 종종 이야기도 나눴던 터였다. ‘웰컴백! 환영해. 방은 이미 다 준비해놨어. 저번이랑 같은 방이야. 나머지는 다 알지? 아, 내일 아침은 뭘로 먹을래?’ 이후 짐을 방까지 들어다준다는 그의 호의에 ‘괜찮아. 다 아니까’하고는 캐리어를 끌며 걸음을 옮겼다. 방 문을 여니 마치 집에 온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녁은 전에 발리에서 만났던 친구와 먹었다. ‘나 발리 왔어! 저녁에 뭐해?’ 우리는 누크에서 재회하여 나시 짬뿌르와 소토 아얌을 시켜 먹었다. (맛은 쏘쏘) 발리를 떠나 1달 간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을 돌아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는 약 3주간 부모님 댁에 머물렀고, 이번 2달 간의 발리 여정 동안은 앞으로 머물며 지낼 빌라를 렌트 또는 구매하고 싶어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친구는 자기가 아는 외국인 친구들 중에 빌라 사업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다음에 소개시켜주기로 했다.
발리. 혼잡하면서도 편안한 제2의 고향 같은 곳에 다시 왔다.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어쩐지 한구석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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