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이들을 우연히 발견하곤 한다. 구글 SEO 최적화와는 거리가 먼 글들이라 대부분 검색에는 걸리지 않는, 어쩌면 돈 안되는 이야기들 적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터넷 상에 글을 써왔다. 그러니까 거의 처음으로 나만의 노트북을 갖게 되었던 스무살 무렵부터 적어도 10년이 넘게 글을 써왔다. 그래서 글을 잘 썼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싸이월드가 한창이던 때는 새벽 3시, 나만의 감성 터지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가 다음 날 지우기 일쑤였고, 페이스북이 인기있던 때도 다음 날 이불킥을 차기 일쑤였다. 지금에야 그런 글을 잘 공유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는 생각과 감정을 기록해 두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아마도 첫 감정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했던 것이 아닐까? 처음으로 집을 떠나오던 때, 처음으로 사랑을 하던 때, 처음으로 부푼 꿈을 꾸던 때, 처음으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친구들을 만나던 때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순간들을 말이다.
감정의 정도가 어떠 하건 간에, 진솔하게 쓰인 누군가의 글을 읽고나면, 이름도, 성별도, 성향도 모르는 이에게 소중한 편지를 받은 느낌이어서, 이내 답장을 보내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진솔한 이야기 앞에서 함께 진솔해지고 싶은 마음이랄까.
자신만의 이야기를 묵묵히 써내려 가는 이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고마움을 전한다. 당장 돈이 되는 글이 아니더라도, 또 앞으로 그러지 못할 글이더라도 말이다.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대도 더욱 진실하게 삶을 마주하라고 말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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