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디자이너가 꿈이었고, 이후로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삶을 꿈꿔왔던 <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저자 김예지는 여기저기 입사 지원을 했지만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한다. 그러다 엄마와 함께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그보다 조금 무거운 글이 빼곡히 담겨 있는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사실 청소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책에는 청소일을 하며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삶을 꿈꾸며, 그 꿈에 다가서고자 하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니, 왜 청소일을?
사람들은 젊은 여성인 그녀가 청소일을 알바가 아닌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 한다. 대학까지 나와서 왜? 그것도 젊은 청년이 왜? 대학 나오지 않아도 되고,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는 청소일을 왜? 그것도 왜 직업으로 삼고 있는지 아이러니해 한다.
제목의 뉘앙스에서 알 수 있듯 직업에 귀천이 없다하더라도 보편적인 사회 인식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청소일을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적는 것도 실은 그러한 인식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일이다. 청소일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라는 말에 어딘가 숙연해 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꿈을 좇고 싶은 마음과 마냥 그럴 수만은 없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그녀에게 청소일은 필수 불가결한 생계 유지 수단이었다. 그녀는 꿈과 직업을 분리하여 꿈이 꼭 직업일 필요는 없다고 구분에 동의하고, 다른 방식으로 꿈에 다가서기로 한다.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꾼다면
저자는 청소일을 하면서 그림을 계속 그렸고, 결국에는 꽤나 큰 성공을 거둔다. 독립 출판으로 나왔던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한 출판사에 의해 새롭게 출간됐고, 서점의 매대에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후, 저자와 협업하고 싶다는 업무 제의와 더불어 여러 곳에 강연도 나가게 된다.
책을 읽고 내게 남은 메시지는 꿈을 좇는 이들에게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것, 그리고 그 기회를 통해 꿈을 이루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꿈을 좇는 일이 버거운 시대, 포기하지 말라는 문장은 무책임하면서도 잔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어쩔 수 없이,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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