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생각의 길
지금부터라도 내 삶에 대해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싶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의미와 기쁨을 느끼고 싶다.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고 싶다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일
밥 벌어 먹고 살기 위해 치열하게 일해야 하는 시대.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또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가. 삶을 진지하게 성찰해 봐도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여전히 마음 가는 대로 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 가는 대로라는 말의 의미가 모든 것을 충동적인 마음을 따라 일을 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에 자신의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진지한 대답을 따라 살아가기로 하는 것에 가까운 것이라면, 이는 삶의 주도권을 쥐고 행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크라잉넛
책을 펼쳐들며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의 첫 번째 예시로 크라잉넛이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히트 곡은 있으며 나름 대중적인 가수였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떠올렸을 때 쉽게 떠오르는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시민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크라잉넛의 삶을 예로 든다.
크라잉넛 멤버들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을 물질이나 지위, 사회 통념이나 타인의 시선, 어떤 이념이나 명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두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설계했다. 그리고 그 삶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밀고 나갔다. 주눅 들지 않고 세상과 부딪쳤다. 인생이 성공했으며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그렇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다고 한다.
실존과 주체성
인간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며 아무리 애를 써도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낼 수 없는 부조리 속에 살아간다. 그러한 부조리 속에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카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저 살아있기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이유,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카뮈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의미와 반항을 추구했다. 누군가를 사랑했고, 슬퍼했고, 분노했으며, 때로는 사회의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유시민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 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彼岸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도 타인과 손잡을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제도와 개인
자기가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책임이든 사회의 책임이든, 닥쳐온 고통은 일단 내가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세상을 원망해본들 달라질 것은 없다. 누구도 그 짐을 대신 져주지 않는다. ‘88만 원 세대’를 만들어낸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그것을 받아들인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정당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련을 견뎌야 하는 것은 ‘세대’가 아니다. 청년들 각자 이겨내야 한다.
사회의 잘못을 비판하고 고쳐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대학생(용역 아르바이트에 참가한 학생)의 행위가 훌륭하다거나, 옳다거나 이해할 만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돈을 받고 타인을 폭행한 것은 형법상의 범죄일 뿐만 아니라 타인과 자신의 존엄을 동시에 해친다. 물론 그 배후에는 개인의 악덕을 부추기는 사회악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악덕을 정당화하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먹고사니즘’이 그 대학생의 인생철학일 수 있다. 누구나 나름의 인생철학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 옳거나 훌륭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은 한 번의 대답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다. 10대의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 것과, 20대의 내가 묻는 것, 또 30대의 내가 묻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속한 사회와 환경이 변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책에서는 기쁨과 연대를 꼽는다. 이 말을 나는, 기쁨이라는 개인적인 만족과 더불어 그 기쁨을 더 많은 이들과 누리기 위한 연대 의식의 필요라 정리해 본다.
자유의지를 따라 살되 칸트의 도덕 법칙("첫째,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보편적 법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준칙이라야 한다. 둘째, 나 자신이든 다른 어떤 사람이든 인간을 절대로 단순한 수단으로 다루지 말고 언제나 한결같이 목적으로 다루도록 행동하라.")들을 염두에 둘 일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하고 또 시도하는 일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기대하는 지점에서 하나의 종결점에 도달할 수 있다. 유시민 작가가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떠올리며 또 답하는 일은 어쩌면 평생의 과업일 것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이 삶은 훌륭한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것인가? 오늘 하루의 모든 순간들은 내게 의미가 있었는가? 나는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지금 하는 일들에 대해서 스스로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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