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중
변화의 가능성과 불안의 빈도는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그토록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도, 그토록 많은 변화를 찬양하고 또 변화에 중독된 사회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변화는 힘듭니다. 변하는 것보다 그냥 그래왔던 것처럼 사는 게 훨신 편하죠. 하지만 끝없이 변해야 살아남을 수 시대이기에 변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아등바등 최소한 뒤쳐지지는 않기 위해 매일 같이 최소한의 변화를 시도하죠.
문제는 변화의 기준이 상대적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 어떻게, 또는 얼마만큼 변화하고 싶은가는 거의 전적으로 외부의 기준과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마저 변화하죠. 변화의 기준과 모델 자체가 계속해서 변하는 변화의 무한 변주의 시대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불안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은 곧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레 타인과도 자신을 비교합니다.
문제는 그러한 비교가 단순한 차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불만과 불안으로 이어지곤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집중하자는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오늘날 돈과 명예로 구성되는 지위와 자리의 구분은 상당히 미묘하고 세심하게 굳어져 있어, 따라서 비교를 계속하여 결국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정말이지 드뭅니다.
흥미로운 건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와 연결지을 만한 이들과 비교를 통해 그들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하거나, 혹은 자신보다 못하다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너무도 유명하거나 혹은 너무 잘나서 자신과 엄청나게 동떨어져 보인다면 비교를 위한 뇌는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도 바로 그것이죠.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등을 고려할 때 질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모두를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살아도 전혀 마음이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약간 더 나을 뿐인데도 끔찍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중
가능성을 찬양하는 시대
얼마전 텔레비전을 보는데 '0(ZERO)'라는 숫자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광고에서는 힙하게 춤 추며, 행복한 듯 웃으며, '0'와 '가능성'을 찬양하는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저는 이 광고가 무척이나 불편했습니다. 마치 마법을 부려 하나의 평범한 알에서 세상에 없던 비범한 작은 새가 탄생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욕망의 주문 같았습니다. '뭐든 해봐. 한 번 뿐인 청춘이잖아. 우물쩡거리지 마. 대신 서둘러! 시간이 없으니까. 할 수 있어. 지금 당장 변해!'하고 외치는 주문 말입니다.
비단 청춘 뿐일까요. '삶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고, 그건 먼저 전적으로 그대의 내적 결심에 달려 있으며, 이후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가에 달려 있다.'는 미담은 모든 이들을 위한 이 시대의 정언입니다. 그런 대체, 무엇을 위해 저와 여러분은 변화를 갈망하는 걸까요?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2019/10/10 - [책 이야기] - 우리가 불안한 이유: 알랭 드 보통 <불안>을 읽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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