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번 레터를 쓰고 조금 걱정이 됐어요. ‘정답이란 게 꼭 내 안에 있는 건 아닐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기존의 집무실 레터에서는 대부분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서 나만의 정체성을 갖고 루틴을 가지라고 뉘앙스로 말했던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도 ‘정말 내 안에 답이 있을까?’라는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메시지를 공유했던 건 지난날에 제가 겪었던 시간 낭비를 누군가는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었어요.
저는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분명 유한하고 또 언제 갑자기 없어질지 모르는 너무도 소중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시간을 가장 현명하게 쓰는 것이 프리랜서나 1인 기업에 꼭 필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낭비했던 경우가 바로 제 자신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귀를 기울였을 때더라고요. 당시에 저는 ‘삶이란 무엇일까? 인생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질문들에 관념적으로 답하고 있었는데, 그게 좀 심해져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까지 왔던 거 같아요. 아마 이 레터를 한 친구가 읽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래서 당시에 정말 친했던 그 친구의 결혼식에도 가지 못할 정도였어요. 그 후로 연락도 못 할 만큼 참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죠.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답은 내 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목소리만 따라가면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거’ 예요. 우리가 어떤 낯선 곳을 여행할 때는 지도를 보고, 또 그곳에 사는 현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현명하고 효율적인 방법인 것처럼,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이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수집 및 분석하고, 객관적인 시각 속에서 판단을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이 말을 조금 확장시켜서 본다면 결국 ‘내 안에 답이 있다’는 말에 대한 굳은 믿음은 어쩌면 귀찮음 때문일 수도 있고, 두려움 때문에 수도 있어요. 한편, 자신만의 대답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누가 그렇다 하더라 하는 말만 따라간다면 그건 사실 프리랜서나 1인 기업의 방향성과는 또 전혀 맞지 않죠.
결론적으로 이러한 메시지들 속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잡는 게 핵심인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홀로 선다는 것은 균형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것과 동일한 말이에요. 프리랜서와 1인 기업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흔들림이 있을 거고, 균형의 지점을 찾아 유지해가기가 정말 쉽지 않을 수 있을 거예요. 제 생각에는 그래서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이 바로 함께 할 수 있는 동료인 거 같아요. 함께 성장할 동료. 너무 타이트하지는 않은 다소 느슨한 연결 고리. 그렇다고 서로에게 전혀 무심하지는 않은 상냥함과 친절함을 갖춘 일정 정도의 소속감을 공유하는 커넥션이 있다면 정말 좋을 거예요.
'기록 > 집무실 레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무실 레터 ⑫] 비슷한 결의 커넥션 만들기 (0) | 2022.11.18 |
---|---|
[집무실 레터 ⑩]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나요? (0) | 2022.11.09 |
[집무실 레터 ⑨] 나만의 러닝 페이스 찾기 (0) | 2022.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