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얻기 어려운 것과 돈 한푼이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내가 찾은 두 질문의 답은 동일했다. 그것은 소위 말해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었다. 예컨대, 사랑하는 '마음'이나 지금 이 순간에 주어진 '삶'과 '시간'들이 그러했다. 이는 가치를 돈이라는 숫자를 통해 판단하던 관성적인 생각의 흐름에 균열을 일으킨 경험이었다.
찰스 핸디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니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삶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삶이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무엇이 될 때 (그리하여 삶이 우리에게서 종종 멀어질 때) 우리는 삶‘에게’ 질문을 던진다. ‘삶이란 대체 무엇일까?’하고. 그런데 우리의 삶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맥락이 놓일수록 삶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편의 시련이자 고통의 순간을 대변할 수도 있는 이러한 질문은 '지금 그대의 삶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하는 가치 판단의 대답을 요구한다. 우리의 삶은 그러한 선택과 함께 나아간다.
삶의 주도권이 내게 있다는 관점과 나의 주도권이 삶에 있다는 관점의 차이는 메멘토 모리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삶의 이야기가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라는 슬프고도 안도가 되는 사실은 오늘의 하루를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조망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다. 또한 그 하루 속의 자신으로 하여금 보다 가치있고 소중한 것들을 선택해보자는 마음가짐에 용기를 불어 넣어 준다.
마지막으로 책의 프롤로그에서 인용됐던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구절을 이곳에도 한 번 옮겨 보고 싶다.
말해다오, 그대의 계획이 무엇인지
누구도 손대지 않은 하나뿐인
그대의 소중한 삶으로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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