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카프카는 이듬해인 1907년 보험 회사에 취업한다. 카프카는 일을 마치고 틈틈이 글을 썼는데, 진정으로 문학을 하고 싶어 했다. 1917년 결핵을 진단받고 4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제는 '대문호'라 일컬어지는 카프카지만, 그의 작품은 당시엔 거의 묵살되다시피 했으며,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는 친구에게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이라는 소설은 어쩌면 그렇게 쓰여질 수밖에 없던 카프카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런 카프카는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고 말한 바 있다.
초조함에 대하여
초조함이란 다름 아닌 지금, 당장의 시간에 어찌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초조함이 계속되면 불안이 시작된다. 불안은 초조함의 일상화로 자신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한계를 만성적으로 경험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걷기, 청소하기, 카페 가기 등 작은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불안의 치료제인 이유기도 하다. 그것은 자그마치 현재의 시간에 충실히 머무는 일이기 때문이다.)
초조함은 '시간을 뛰어 넘으려 초조해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하나의 반응적 지표 같은 것이다. 즉, 자신을 지금에 머물 수 있도록 지켜주는 하나의 감정인 것이다.
초조함을 극복하는 방법
초조함을 개인의 맥락에서만 이해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초조함은 시간에 대한 사회상을 반영한다. 스피디한 사회일수록 초조해하는 이들은 더욱 많아진다. 다시 말해, 초조함이란 시간의 사회적 합의에 대한 개인적 반응인 것이다. 초조함은 시간의 사회적 문제, 그 시간에 편승하지 못하는 문제다.
카프카는 문학을 택했다. 그리고 그는 초조해 했을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초조함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시간 속에서 시간에 대한 개인의 주도권을 회복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선택할 수 없는 시간의 영역에 속하는 예를 들어 문학에 대한 호평, 책의 절찬 판매 등 선택할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선택하지 않는 현명함이라는 덕목을 갖춰야 할 것이다.
‘초조해 하는 것은 죄'라는 카프카의 말은 초조해하는 것 자체가 죄라는 것이 아니라, 그리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 혹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는 의미로 확장하여 이해해볼 수 있다. 초조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현명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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