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로 살아가며 중독에 빠진다. 그것이 일상 생활에 미치는 정도에 따라 경증 중독, 중증 중독이라 나뉘는데(참고로 방금 내가 만들어 본 분류다), 폭넓게 보자면 커피나 담배, 술이나 게임 등이 경증 중독에 도박이나 마약 등이 중증 중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독은 사실 중독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 듯 하다. 중독에 대한 사회적 판단을 차치하고 본다면, 이러한 선택은 마치 방 안에 닫혀 있던 창문을 여는 행동과 유사해 보인다. 그렇게 잠시나마 환기를 하며 다른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경증 중독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커피와 담배는 나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며 각성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삶의 활력소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핀다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삶이 갇힌 어느 작은 프레임에서 바깥의 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일종의 리프레싱과 비슷한 일은 아닐까.
<커피와 담배>를 쓴 정은 작가는 커피를 무척 사랑한다. 한 때 담배도 많이 피웠던 거 같은데, 지금은 담배는 많이 피우지 않고 커피는 자주 마시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커피는 단지 커피가 아니었다. 직장인이었다가 이제는 아르바이트 생이자 작가로서 살아가는 그녀는 경제적으로 고단할 때도 많았다. 그런 그녀는 카페에 갈 때면 에소프레소가 아닌 약간의 돈을 더 내고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를 선택하기로 한다. 그건 마치 여행을 떠나기 위해 호텔을 예약할 때 단돈 몇 천원만 더 지불하면, 바로 옆 건물의 벽이 보이는 객실이 아닌 바다가 보이는 큰 창이 있는 객실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과 유사한 효용 가치를 지니지 않았을까.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커피가 맛있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커피와 얽힌 좋은 기억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님 댁에 갈 때면 나는 아버지와 자주 커피를 마셨다. 군대에서는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행복감을 느끼곤 했고, 전역 후 여러 몸쓰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잠시 쉴 때면 노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커피를 마시곤 했다. 또한 가까운 친구들을 만날 때면 우리는 술 보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를 더 자주했다. 담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군대에서 날씨가 너무 추워 혹시라도 담배를 피면 몸이 따뜻해질까 싶어 한 번 피워본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몸은 추웠고 담배 연기에 기침만 나오는 역효과가 났다. 그 후로도 한 두 번 더 담배를 시도해봤지만, 담배와 관련해 좋았던 기억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문득, 그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사람들이 무인도에 혼자 가야 한다면 커피와 담배도 가져갈까. 그럴 거라 생각한다. 바깥 세상에서는 기호 식품에 불과하고, 어쩌면 사치에까지 해당하는 커피와 담배가 무인도에 갈 때는 필수품이 될 지도 모른다. 무인도가 아닌 곳에서 즐기던 커피와 담배가, 그곳의 사람들과 순간들이 적적한 그곳에서 유독 그리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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