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본 앤더슨의 사진은 중국 도시 선전(Shenzhen)에서 찍은 것들이었다. 그가 밝히듯, 해당 작업에서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색감이 반영되고 있는데, 그는 이 도시를 디스토피아적 공간으로 인식한 거 같다.
그는 선전의 사진을 찍으며 익명의 거대도시(megalopolis)를 강조하기 위해 사진에서 장소적 맥락이 모두 제거된, 도시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프레임을 가득 채웠다. 도시의 인공적인 불빛들과 함께 말이다. 앤더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When I travel now, everything looks the same, there are patterns that emerge, patterns of predictability, says Anderson. When you go to an exotic place across the world, everything just looks the same: young people are wearing Chanel, listening to rap music, staring into iPhones. From a photographic perspective, to me, what people do becomes less and less interesting. Visually, cities look like airport duty free. This is why I wanted to eliminate the context and sense of place, and just look at people. The viewer is allowed the indiscreet pleasure of staring at another human and perhaps pondering questions like, who is this person? What do they dream about?
현대 최고의 소비주의 사회는 당연 미국이지만, 그에게는 중국의 한 도시가 그런 소비주의를 향해 달려가는, 젊은 이들이 꿈을 향해 도전하는, 그러다 또 좌절하는 공간으로 비춰졌던 거 같다.
https://www.magnumphotos.com/arts-culture/society-arts-culture/christopher-anderson-approximate-joy/
앤더슨은 아이티에서 미국으로 가는 배에 함께 올라탔다가, 배가 난파하며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후 여러 분쟁 지역을 다니며 전쟁과 학살의 흔적과 현장을 담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도시의 일상적 모습이나, 자신의 가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가 찍은 가족들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햇살이 너무도 따뜻해서 상대적으로 인물의 피부가 정말이지 생명을 감싸고 있는 단순한 껍질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다큐멘터리라 하면 역사의 기록이며, 그러므로 역사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모든 개인이 역사의 현장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모든 기록이 곧 역사적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앤더슨은 그 지점에서 많은 생각을 던지는 거 같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 왜 찍을 것인가. 그리고 대체 사진이란 무엇인가.
https://www.magnumphotos.com/theory-and-practice/christopher-anderson-joy-of-connection/
https://www.magnumphotos.com/arts-culture/christopher-anderson-son/
(앤더슨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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