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밤은 공허하고, 불안하다. 단 한 번의 삶,이라는 유한성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대체된 오늘날, 현대인들은 속도를 높여 달린다. 가속도가 붙은 삶은 무수한 쾌락을 선사하지만 쾌락은 금세 증발한다. 그렇기에 또 다른 쾌락을 위해서는 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끝은 없고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이다. 가능성을 마주하고, 도전하는 삶은 어떠한 방향성과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추앙받는다. 영원히 마무리 되지 않는 가능성, 우주처럼 무한한 그 공백과 허무 속에서 그렇기에 매일의 밤은 초조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병철은 바우만을 통해 말한다. '더 이상 현대에는 산책자도 방랑자도 없다'고. 유유자적함이나 경쾌함이 사라진 곳에는 '조급함, 부산스러움, 불안'이 잡는다고.
오늘날의 '시간은 원자화되고, 평면화되고, 희석되고, 단축되어 버렸다. 그렇게 시간의 향기도 사라졌다. 향기란 단순히 시간의 유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의미의 구조들, 이야기에 깃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건, 이야기에서 시간이 빠진 정보들 뿐이다.
한병철은 무수한 이야기들이 단순한 연대기로 대체되기 시작하며, 사건들은 이야기되지 않고, '나열된다.' 그렇게 시간은 전보다 빠르게 지나가며, 사건들은 좀처럼 경험되지 못한다 말한다.
그렇다면 시간의 향기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한병철은 이를 위해 '사건의 수'가 아닌 '지속성의 경험'을 강조한다. 시간의 향기가 깃든 순간들,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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