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8편. 타즈매니아 도버의 연어 공장 이야기
두 번의 여행을 마치고 휴온빌에 있는 리틀 데빌 백패커스에 또 다시 돌아왔다. 백패커스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면 휴온빌이 내려다 보이는 동산이 있는데, 일을 시작하게 되기 전까지 자주 오르곤 했다. 아, 지난 번에 연어 공장 면접을 통과했고 인덕션을 거친 후 이제 일을 시작하게 됐다. 문제는 휴온빌이 아니라 도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었고, 그래서 차를 사야한다는 것이었다.
근 1달 간의 여행과 1달 간의 흥청망청으로 모아 놓은 돈은 반토막이 나 있었다. 차를 사야 했는데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새롭게 구한 집 디파짓을 내고 나면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걸어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와 지형이 전혀 아니었기에 우선은 저렴한 차라도 사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가 구매한 차는 저렴하다 못해 당장 달려가다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1,000짜리 HYUNDAI EXEL 97 이었다. 그래도 전 주인이 관리를 잘 했던 모양인지 외관상 흠집 하나 없이 깨끗했다. 문제는 운전을 하며 차츰 깨닫게 되었는데, 바퀴 정렬이 미세하게 틀어져 차가 아주 조금씩 옆으로 간다는 것과 보조석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 기어 변경 시 충격이 좀 있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3개월 정도 차를 타고 되팔았는데, 수리비만 차를 구매했던 가격의 절반이 넘게 들었다. 그럼에도 이런 차를 되팔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이제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디파짓 낼 돈이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집 주인에게 사정을 호소했다. '여기 타즈매니아에서 그래도 큰 기업인 연어 공장에 취직했소이다. 부디, 2주일만 기다려 주이소.' 집 주인은 '집에 전화 해. 마미콜.' 이라 했다. 우리는 다 큰 성인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제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마침 플리마켓에서 샀던 연어 공장 후드티의 로고를 어루만지며 간청했다. 집 주인은 피식 웃더니 알겠다고 했다.
연어 공장 일은 간단했다. 하루 3,4만 마리 많게는 10만 마리 정도의 연어가 공장에 들어오고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포장해 내보내는 일을 했다. 처음에는 비린내 때문에 어질어질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서부터는 냄새 따위에는 무감각해졌고 무엇보다도 일이 손에 익어 점차 수월해졌다.
무엇보다도 공장 페이는 쏠쏠했다. 타일 일을 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쉽게 벌었고, 나름 대기업이다보니 수당 또한 꼬박꼬박 나왔다. 게다가 도버에는 인생의 유흥이라 할만한 것이 고작해야 펍에 가거나 낚시를 하는 것 정도였기에 텅 비었던 잔고는 차츰 두둑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또 한 두 번 여행을 하면 금방 써버리고 마는 금액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무료한 도버 생활과 공장 일에 익숙해져 갔고, 어느덧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온지도 10개월 가량이 지나고 있었다. 연어 공장은 서서히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었고 곧 셧다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J는 한국에 돌아가기로 했고, 나는 조금 더 남아 체리 농장에서 일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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