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9편. 타즈매니아 체리 농장 이야기(일자리 및 피킹 팁)
연어 공장 일을 마치고 체리 농장에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몇 농장에 직접 방문하긴 했는데, 정작 첫 피킹 일자리는 검트리를 통해서 얻었다.
첫 체리 농장은 Platinum Ridged Cherry Farm 이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농장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곳 농장의 체리 나무는 키가 커서 사다리를 많이 타야 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도 때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체리가 있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무리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도 크게 다친 적은 없었다.
체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었다. 당시에는 유독 비가 많이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여러 체리 상태들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반절 따면 반절은 흠이 있어 바닥에 버려야 했다.
일주일 평균 하루 15~18러그를 땄는데, 러그당 페이는 9불이었고, 페이는 2주에 한번 씩 지급됐다. 최저 시급으로 따지면 얼추 비슷했다. 일은 아침 7시에 시작했고, 12시 쯤 점심 시간, 5시쯤 마쳤다. 출근은 하고 싶을 때만 해도 됐다.
일하는 환경은 나쁘지 않았다. 감시나 검사가 엄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설렁설렁하지는 않았지만, 다국적 출신의 매니저와 슈퍼바이저들 덕분에 문화적 차이와 소통 방식의 차이를 느끼며 나름 재밌게 일했다. 일 하는 친구들도 다양했다. 타이완 친구들도 있었고, 프랑스, 호주, 아일랜드에서 온 친구들도 많았다.
한국을 떠나올 때만 해도 이곳 타즈매니아 도버에서 체리를 따고 있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얼추 예상하던 대로 워킹홀리데이가 흘러간 거 같다. 돈은 적당히 벌면서, 여행도 적당히 하면서, 그냥 적당히 흘러가며 다양한 경험들을 해 보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였으니 말이다.
첫 체리 농장 일을 마치고 Aussie Cherry에서 두번째 피킹까지 마친 다음,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체리 다음 작물인 사과를 따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였고, 더는 워홀러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호바트에서 론세스턴까지 차를 몰로 갔다. 몇 캠핑장과 백패커스를 돌아다니며 근처의 농장에 이력서를 넣어보다가, 급작스레 차를 사겠다는 이가 나타났다. 그렇게 차를 팔았다. 차를 팔고 나니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런세스턴의 호스텔에 머물며 여행을 하다가, 아- 이제 돌아갈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귀국, 아니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팁1. 체리 농장 일자리 구하기
체리 피킹 일자리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시즌은 12~1월이며, 10, 11월 정도에 이력서를 돌려두면 된다. 검트리에 광고가 올라오며, 규모가 있는 곳은 자신들의 농장 웹사이트에서 구인을 한다. 또 워킹 호스텔에서 머물면 근처의 농장으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체리 농장은 시즌 때 최대한 빨리 수확을 해야 하기에 대부분의 인력들을 최대한으로 수용한다. 피킹 경험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뽑아주는 거 같지만, 뭐 그런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열심히 잘 할 수 있어 보이면 뽑아준다.
팁2. 체리 피킹 방법
체리 농장에서 일하면 묘한 경쟁이 붙는다. 러그 당 수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모두가 가능한 많은 체리를 따려고도 하지만, 데일리 피킹 왕이라는 암묵적인 콘테스트가 매일 열리기 때문이다.한 번쯤은 탑 피커가 되보고 싶었다. 그래서 체리 따는 방법에 대한 여러 유튜브 영상들을 시청하고 출근하곤 했으나 결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기억은 없다. 다음은 탑 피커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이론과 방법론들이다.
체리는 완전히 익을 때까지 계속 자란다. 색은 자주색에 가깝고 겉과 속이 탱탱하게 익었을 때 따야 한다. 너무 익은 건 상품 가치가 떨어지고, 덜 익은 건 기다려야 한다. 체리를 딸 때는 체리 위에 붙어 있는 줄기를 살리는 것이 좋다. 농장마다 다르긴 한데, 이렇게 줄기가 남아 있어야 체리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체리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따야 한다. 줄기의 가장 윗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줄기가 자라고 있는 방향으로 살짝 밀어 젖히면 체리가 똑 하고 아름답게 피킹이 된다. 여기서 줄기가 자라고 있는 방향으로 미는 게 핵심이다. 간혹, 옆으로 흔드는 이들도 있는데 그러면 줄기가 끊어지기도 하고, 나뭇가지가 끊어지기도 한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체리를 똑 하고 따내면 된다. 이걸 빠르게 무한 반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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