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10편. 워킹홀리데이와 글쓰기를 마치며
내 청춘의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가 끝났다. 첫 번째 워킹홀리데이는 스물 넷에 떠났던 영국이었다. 이후 대학에 복학해 졸업을 했고, 스물 일곱의 나이로 호주 땅을 밟았다. 막막했던 거 같다. 취업은 해야 할 거 같은데, 어디에, 어떻게 취업을 해야 좋을지 몰랐던 거 같다. 어쩌면 영국 워킹홀리데이 때의 자유로운 경험을 떠올리며 또 다시 그저 여행이 하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다. 이제는 3년이 넘게 지난 일이라 그때의 심정이 가물가물하다.
한번쯤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 잡고, 목차 잡고 써보려 했지만 단편적인 사진과 몇 글에 의지해 글을 적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1편부터 5편까지는 처음부터 새로 썼지만, 후반부 여행 기록들은 당시의 기록에 많이 의지했다. 8편과 9편의 도버의 연어 공장과 체리 농장 이야기도 다른 블로그에 짤막하게 기록해 뒀던 내용을 바탕으로 옮겨 적다시피 했다.
누가 별 볼일 없는 이런 워킹홀리데이 후기를 읽기나 할지는 모르겠다. 그저 적당히 보낸 거 같았던 시간들 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고 싶었던 시간들이었다. 스물 일곱이 되기까지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로 인해서 조금 쉬고 싶었다기 보다는, 내 생각대로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묵묵히 삶을 관조해보고 싶었고, 목표없이 그냥 한 번 흘러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내 방식대로 부딪쳐 봤다.
물론 때로는 그런 생각도 한다. 남들처럼 나도 확실한 목표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돈을 많이 벌어 왔을까? 더 많은 여행을 했을까? 영어 실력이 더 많이 늘었을까? 아무렴 어떠한가. 나는 누구도 하지 않은 나만의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했다. 비록, 보편적으로 따져보자면 특별할 것이라곤 없을 수 있지만 적어도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기 전 후로 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별 볼일 없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더욱 분명해진 가치관과 함께 말이다.
브리즈번을 떠나 방문했던, 2편에서 적었던 한 공동체는 평생을 지나도 잊지 못할 것이다. 한계가 분명할지라도 그토록 분명하고 실천적인 형태의 대안 공동체는 이제껏 보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 3편에는 워홀을 떠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워홀과 워홀러에 대해 나름 객관적으로 적어보려했다. 브런치에 올렸을 당시에 메인에 소개가 되서 1천 명이 넘게 봤던 글인데, 워킹홀리데이 마저도 성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도식이 싫어서 마음 먹고 썼던 글이다.
4편의 멜버른과 데모도 이야기는 좀 더 디테일해질 수 있었으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각들을 짜맞춰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생각보다 짧게 끝났다. 문득, 누군가 경험을 글로 옮기는 일을 한 번 하고 나면 거의 다시 하기 힘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 아쉽기도 하지만 당시에 꼼꼼히 기록해 두지 않았던터라 기억나는 수준에서 대략적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뭐,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 누가 보면 작품이라도 쓴 줄 알겠다. 그래도 누군가 이 글을 봤을 때 시간 낭비했군, 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끔 쓰려고 했다. 워홀을 준비하거나, 관심있는 이들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한 부분이 있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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