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보러 떠난 여행: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1. 바다를 보러 다녀왔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양양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는데, 양양에 도착해서는 바로 차를 빌려 떠났다. 양양의 바다들을 몇 둘러보긴 했지만, 몇 년 전 내 기억 속의 고요하고 적막한 바다가 더는 아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차를 몰았다. 서퍼들을 보았고, 캠퍼들을 보았다. 차박러들을 보았고, 배낭 여행객들을 보았다. 그러다 서서히 해가 졌고, 남애항 앞의 숙소에서 첫 날을 보내기로 했다. 코로나 시기였기도 하거니와 한창 성수기가 이제 막 지났기 때문인지 저녁 여덟 시 무렵 근처 식당에서 주린 배를 채우려는 내 계획은 무산이 됐다. 다행인 건, 숙소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횟집 또한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문은 닫았지만 밥 먹을 데 없냐 하니 지금이 마..


    그때의 바다와 나 ⏐ 일상 에세이 ⏐ 33

    그 때, 나는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집에 살고 있었다. 창문을 열면 바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집을 나서서 골목길에 접어들면 하늘의 색에 따라 때로는 푸르게, 때로는 잿빛으로 물드는 바다가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곳의 바다는 인기많은 해수욕장도, 그렇다고 경치가 좋은 바다는 아니었다. 다만, 동네의 어선들이 드나드는 작고 쓸쓸한 항구가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 부둣가를 따라 등대 끝까지 걸어가면 테트라포드가 겹겹이 쌓인 길의 끝에 서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도, 길도, 바다도 더는 나아갈 수 없는 곳에 가만히 앉아 노트와 펜, 카메라를 꺼내들곤 했다. 그렇게 바다 사진을 찍고, 떠오르는 질문에 다르게 답해보려 애쓰며, '바다'와 바다의, '나'와 나의 좁혀질 수 없는 간..


    석모도 여행, 함께 바다를 보다 ⏐ 여행 에세이

    석모도 여행, 함께 바다를 보다⏐ 여행 에세이 이번 여행도 그와 떠났다. 우린 오래된 여행 친구다. 대학생 때 만났으니 햇수로는 벌써 8년 째다. 그는 나보다 3살이 어리지만 나는 그를 동생이라 생각한 적이 많지 않다. 그는 여전히 존댓말을 쓰지만, 그리고 그 사실을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다시 알게 되었지만, 나는 우리가 좋은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항상. 첫 여행이 어디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경주였던 거 같다. 대학생 때는 도보 여행도 하고 자전거 여행도 하고 했는데 요새는 차를 타고 여행하는 일이 많아진 거 같다. 서울에서 바다를 보러 단숨에 달려갈 수 있으니 (물론 네비를 잘 못 봐서 자주 헤매지만) 좋기도 하지만, 어딘가 아쉽기도 하다. 석모도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