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여행, 함께 바다를 보다⏐ 여행 에세이
이번 여행도 그와 떠났다. 우린 오래된 여행 친구다. 대학생 때 만났으니 햇수로는 벌써 8년 째다. 그는 나보다 3살이 어리지만 나는 그를 동생이라 생각한 적이 많지 않다. 그는 여전히 존댓말을 쓰지만, 그리고 그 사실을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다시 알게 되었지만, 나는 우리가 좋은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항상.
첫 여행이 어디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경주였던 거 같다. 대학생 때는 도보 여행도 하고 자전거 여행도 하고 했는데 요새는 차를 타고 여행하는 일이 많아진 거 같다. 서울에서 바다를 보러 단숨에 달려갈 수 있으니 (물론 네비를 잘 못 봐서 자주 헤매지만) 좋기도 하지만, 어딘가 아쉽기도 하다.
석모도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그가 갯벌을 처음 본다는 사실이었다. 해외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는 이런 풍경이 낯설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인이면서도 동시에 많은 시간을 한국이 아닌 곳에서 보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차박을 한번 해보겠다고 주차할 곳을 찾으려 이리저리 헤맸다. 원래 머무려했던 해수욕장 앞 주차장은 유료였고, 또 사람도 무척이나 많았다. 어떡해야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한 선착장 앞에서 하루 묵어갈 수 있었던 건 참 다행이었다.
바다 저편으로 넘어가는 해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조금 떠들썩했다가도 이내 고요해진 노을 지는 풍경 앞에서 외계인에 대한 논쟁을 했다. 그는 외계인이 있을 수 있다 말했고, 나는 그럴리 없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도 모르는건데, 내가 그보다 더 큰 확신에 차 있었던 거 같아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아름다운 풍경 속의 시간을 망쳐버린 거 같아서 말이다.
요즘 부쩍 지쳐있는 그를 보면서 그가 준비하는 시험이 참 힘들고 또 어려운 거구나 싶다. 하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고 이제껏 이를 위해 달려왔으니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만나는 우리의 시간이, 또 때로 이렇게 함께 떠나는 여행이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다 넣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우리의 다음 여행은 언제일까? 어디로 떠나갈까? 그와 이런 생각을 나눌 수 있고, 또 당장 내일이라도 함께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좋다. 그와 나, 모두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기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자유롭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언젠가는 이렇게 자유롭게 떠나기 힘들어질 기쁘면서도, 또 아쉬운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그 전까지 함께, 자주 여행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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