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던 날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다가 보고 싶어 인천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바다를 보러 가려면 어디에 가야 할까 싶어 찾아보다가 그나마 가까워 보이는 인천에 다녀왔는데, 문제는 생각보다 멀다는 것, 그리고 가는 동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비는 이내 비상등을 켜고 달리지 않으면 안될만큼 폭우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서울을 빠져나가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지났다. 통행료로 6천원을 내고서 도착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보게 된 바다는 잿빛이었다. 잿빛 바다를 보고있자니 처음엔 뭔가 싶다가, 그래 바다는 본래 푸른 것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근처에 있는 동해막국수에서 먹었다. 아마도 비빔 막국수에 명태를 갈아 넣은 것 같았는데, 먹을만 하면서도 식감이 좀 텁텁해서 금방 물리는 경향이 있었다. 다행히도 물막국수(?)를 하나 시켰던터라 반씩 나눠먹었더니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여행을 자주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은, 언제나 경험의 폭에 한정되는 것이니 말이다. 볼 것 없어 보이는 순간 속에도 볼 것은 많았다. 이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부둣가에서는 사진을 찍거나 낚시를 하는 이들, 그리고 썰물 때가 되어 드러난 지저분한 갯벌 위의 갈매기들 모두, 상상하지 못한 풍경들이었다.
물론 서울에서 바다를 보기 위해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올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역시, 그냥 한강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 어쨌거나 이 날의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의 풍경은 씁쓸하기 그지 없었고, 그렇게 예상치 않게 마주하게 된 순간들이 좋아 사진을 몇 장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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