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레터
[집무실 레터 ⑨] 나만의 러닝 페이스 찾기
요즘 러닝을 하고 있어요. 상수 나들목에서 마포대교까지 이어지는 한강을 따라 3킬로미터를 뛰어요. 한두 번 뛰다 보니 벌써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러한 반복에 애써 실망하지 않으려 해요. 솔직히 말해 같은 풍경은 지루해요. 그런데 저는 풍경을 보러 나온 것이 아니라 러닝을 하러 나간 것이거든요. 달릴 때의 숨가쁨과 달리고 난 다음 주어지는 상쾌함과 명료함이 좋아서 말이죠. 보이는 풍경보다는 달리는 몸에 집중할 때 달리는 일이 새롭게 느껴져요. 현재 제 러닝 페이스는 5’50”에요. 초반엔 조금 빠르게 뛰지만 돌아올 무렵에는 체력이 떨어져서 천천히 뛰어서 나온 평균치예요. 체력이 된다면 조금 더 열심히 뛰면 되고, 힘에 부친다면 페이스를 낮춰서 천천히 뛰면 되더라고요. 중요한 건 제 나름의 페이스..
[집무실 레터 ⑧] 나만의 작업실 공간
발리에서 돌아오며 세웠던 계획은 평범한 원룸을 하나 얻고 공유 오피스에 다니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다가 제대로된 공간을 구해 임대업을 해볼까 싶었습니다. 상가를 알아보다가 결국 이곳을 얻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이곳에서 숙식도 해결하는 터라 다른 이와 공유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공간입니다. 스탠딩 모션 데스크도 샀구요. 최근에 개발을 위해 맥북도 새롭게 세팅 했고, 키보드랑 마우스, 헤드폰도 구비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장비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좋은 작업 환경이 가져다 줄 결과에 대한 일종의 투자기도 합니다. 전에 글쓰는 게 꿈이었을 때는 방 안에 테이블 하나와 종이, 연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제 블로그 이름이 원룸테이블입니다), 개발을 하려니..
[집무실 레터 ⑦] 정체성 갖기
회사에서 일하기를 그만둔 지 2주가 지났네요. 요즘 루틴 앱을 하나 찾아서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점은 아침에 일어나서 명상을 한다는 점이에요. 아직까지는 10분도 가만히 있기가 어렵긴 하지만, 목표한 시간 동안 차분히 제 자신을 돌아보고 났을 때 주어지는 마음가짐은 하루를 보내는 데 있어서 참 소중한 거 같아요. 홀로서기를 할 때는 정체성이 무척 중요한 거 같아요. 번역가면 번역가, 창업가면 창업가, 개발자면 개발자... 물론 이러한 직의 타이틀을 빌려오지 않고 업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도 있죠. 정체성을 가질 때 중요한 건 한계를 정하지 않는 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웹 개발자가 되기로 했다면 '나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니까 실제 프로젝트..
[집무실 레터 ⑥] 루틴 만들기
인생에도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장애물은 비껴가고 모르는 길들을 능숙히 지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최적의 경로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모두에게 인생은 처음인 법이고 태어나서 죽기까지 모두 새로운 순간들이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우리 삶에는 구글 맵 같은 건 없어요. 불안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처음이니까요. 당연한 거에요. 지난 퇴사 글에서 확신을 갖고 꺾자라고 적었었잖아요. 그런데 확신은 결과의 피드백을 통해 강화될 수 있는 거 같아요. 아무리 나 자신이라도 믿을 구석이 계속해서 조금씩은 있어줘야 하는 거죠. 결심을 했다고 해서 한 번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없다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거에요. 나의 의지만 달라졌을 뿐 내가 속한 모든 상황 그대로니까요. 그래서 조금씩..
[집무실 레터 ②] 멈춰야겠으면 지금 멈춰요
요즘 손목이 안 좋아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손가락 마디에도 통증이 있고 해서 번역 일을 하는데 조금 힘이 들어요. 어느덧 4년차 번역가가 됐어요. 저도 이렇게 번역을 계속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됐네요.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일할 때가 많아요. 꼭 번역 일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아요. 어제 한의사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손목이 왜 이렇게 안 좋으시냐고. 손가락이 왜 이렇게 아프시냐고. 그래서 일을 많이 해요하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이야기를 하나 해주시더라고요. 연봉이 500억인 스포츠 선수가 있는데 부상을 당했어요. 그러면 바로 회복이 되던가요? 그 사람이 100억을 내고 몸을 바로 회복할 수가 있을까요? 아무리 돈을 많이 내고 회복할..
[집무실 레터 ①] 원하는 걸 솔직히 말해줄래요?
엊그제 면접을 보는데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원하는 걸 솔직히 말해달라고요. 그래서 잠깐 당황했어요. 면접을 보는데 최종 면접이었고, 제게 중국에 있는 상해에 와서 팀과 함께 일할 수 있냐고 물어봤던 참이었거든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힘들겠지만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사실 마음 속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요. 그럼에도 최종 면접까지 봤던 이유는 그쪽에서 제게 관심이 있어서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팀에게는 제가 가서 함께 일하는 게 더 좋으니까 팀장님은 제게 그렇게 물어보셨고, 저도 같이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터라 마음에 없는 소리라도 일단 했던 거죠. 그런데 그러시더라고요. 원하는 거 솔직히 말해달라고요. 진짜 원해서 상해에 오는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