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돌아오며 세웠던 계획은 평범한 원룸을 하나 얻고 공유 오피스에 다니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다가 제대로된 공간을 구해 임대업을 해볼까 싶었습니다. 상가를 알아보다가 결국 이곳을 얻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이곳에서 숙식도 해결하는 터라 다른 이와 공유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공간입니다.
스탠딩 모션 데스크도 샀구요. 최근에 개발을 위해 맥북도 새롭게 세팅 했고, 키보드랑 마우스, 헤드폰도 구비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장비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좋은 작업 환경이 가져다 줄 결과에 대한 일종의 투자기도 합니다. 전에 글쓰는 게 꿈이었을 때는 방 안에 테이블 하나와 종이, 연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제 블로그 이름이 원룸테이블입니다), 개발을 하려니 생각보다 필요한 기기들이 많아졌네요.
그리하여 이제는 나름 틀이 잡혔다고 생각되는 이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요. 아무 것도 없었던 텅 빈 공간에 책상을 배치하고 작업 도구들을 채워넣으면서 ‘성장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가 보기에는 평범한 데스크인 거 같지만 사실 여기 저기 공간을 옮겨다니며 정착하지 못했던 제게는 꽤나 의미가 큰 공간이에요. 드디어 마음 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제대로된 저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거든요.
‘작업실’이라는 용어는 보통 예술 하시는 분들이 많이 쓰지만 사실 프리랜서도 비슷한 관점을 공유하는 거 같아요. 결국 자신만의 무언가/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니까요.
작업실이 있으면 좋은 건 이 공간에 들어오면 꾸준히 루틴을 이어갈 수 있고, 때로 흔들리는 마음가짐도 다잡을 수 있어서에요. 어쨌거나 일단 하고 보게 되거든요. 그러니 매일같이 작업실로 가는 건 물리적으로야 방 하나를 이동하는 거지만, 실제로는 내가 택한 길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기도 한 거 같아요.
요즘 공부할 것도 산더미고, 침대에 누워서도 강의 듣는데도 잘 모르겠고, 그렇게 창 밖의 해는 어느덧 저물어 버리고, 체력도 전과 같지 않아 쳐지기도 해요. 하지만 조금 더 이 공간에서 힘을 내보려고요. 꾸준히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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