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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을 것인가

    사진은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다. 사진은 일종의 해석이며, 의미부여다. 사진은 사진가와 피사체 간의 상호작용이다. 특별히 캔디드 사진은 사진가의 자세에 많은 부분이 좌우된다 할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을 것인가? 사진을 찍는다는 건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대상을 단절시키는 걸 의미한다. 그러한 권리가 사진가에게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대상을 그것으로부터 어떻게 분리시킬 것인가? 그래서,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사진은 때로 대상의 삶의 윤리와 대상을 둘러싼 이해 관계와 충돌한다. 그것은 글의 윤리와는 또 다른 것이어서, 글에서는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는 충돌이 사진 앞에서는 필연적인 경우도 있다. 단순한 피사체로 치부되기 쉬운 카메라 앞의 대상은 아무렇게나 해석될 수 없는, 시..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8편. 타즈매니아 도버의 연어 공장 이야기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8편. 타즈매니아 도버의 연어 공장 이야기 두 번의 여행을 마치고 휴온빌에 있는 리틀 데빌 백패커스에 또 다시 돌아왔다. 백패커스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면 휴온빌이 내려다 보이는 동산이 있는데, 일을 시작하게 되기 전까지 자주 오르곤 했다. 아, 지난 번에 연어 공장 면접을 통과했고 인덕션을 거친 후 이제 일을 시작하게 됐다. 문제는 휴온빌이 아니라 도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었고, 그래서 차를 사야한다는 것이었다. 근 1달 간의 여행과 1달 간의 흥청망청으로 모아 놓은 돈은 반토막이 나 있었다. 차를 사야 했는데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새롭게 구한 집 디파짓을 내고 나면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걸어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와 지형이 전..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7편. 타즈매니아 오버랜드 트래킹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7편. 타즈매니아 오버랜드 트래킹 도보 여행을 일찍 마치게 된 이유는 멜버른을 떠나며 지원해둔 이력서를 보고 공장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게 뭐라고, 나와 J는 무척 기뻐했고 일정을 중단하고 휴온빌의 백패커스로 다시 돌아왔다. 휴온빌로 돌아온 다음 날 인터뷰를 보고 나니 결과가 나오기 까지 또 1주일 가량 시간이 비었다. 뭘 할까 하다가, 타즈매니아에 세계 3대 트래킹 코스가 있다고 하여 J와 함께 떠나기로 했다. 요 며칠 간의 도보 여행으로 걷는데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있을 때였다. 물론, 산에서의 7일간의 트레킹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다음은 트레킹을 하며 적었던 글들을 바탕으로 적은 트레킹 이야기다. 오버랜드 트래킹 1일차: Lake St. Clar -..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6편. 타즈매니아 도보 여행기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6편. 타즈매니아 도보 여행기 처음 계획은 호바트에서 비체노정도까지 가는 거였지만, 중간에 연어 공장 인터뷰가 잡혀 마리아 아일랜드를 거쳐 프레이시넷 국립 공원까지 걷는 걸로 여정이 마무리 됐다. 시간 많은 여행자였기에 대부분의 이동 경로도 모두 걸어다녔지만, 만약 다시 여행하게 된다면 해당 구간들은 버스 등으로 대체하고 트래킹/캠핑 장소에서 트래킹 위주로 여행할 것 같다. 8월 23일(1일 차) Port Arthur -> Fortescue Bay Camping Ground 하늘은 맑았지만, 이따금씩 빗방울이 흩날렸다. 자동차 도로 옆으로 난 갓길에서 걸었다. 차와 같은 방향으로 걸을 것인가, 차와 반대 방향으로 걸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차와 반대 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뒤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5편. 타즈매니아 여행을 준비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5편. 타즈매니아 여행을 준비하다 타일 일을 그만두고서 신기했건건 잃어버렸던 아니,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몸의 감각들이 되살아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작 3개월 가량 타일 데모도 일을 했는데 이 모양이었으니 아마 좀 더 무리했다면 몸이 망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주 5일, 하루 8-9 시간을 일한 셈이니 나름 고강도기는 했다. 물론 이를 평생 업으로 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이건 그냥 엄살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함께 일하는 형님과 사장님이 좋으신 분들이라 그런 힘듦을 감수하고도 충분히 일 할만 했다. 백수가 되어 맞는 멜버른의 아침 햇살은 아름다웠고 그간 좀 모아놓은 돈도 있다보니 삶이란 게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구글 맵을 켜고 안 가본 ..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3> : 예술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

    진중권 를 읽었다. 친구네 집에 갔다가 책을 보고서는, 이 시리즈가 3권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2권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 3권도 한 번 읽어야지 하다가, 도서관에 책을 빌려온지 2주만에 읽었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은 1,2권이 더 좋다는건데, 그건 아마도 3권은 그림보다도 철학 자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 는 근대에서 탈근대, 현대로 넘어가는 작품과 사상을 다룬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샤피로와 하이데거 그리고 데리다를 비교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책 리뷰보다는 흥미로웠던 부분을 조금 정리하는 수준에서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예술의 진리를 '존재자의 재현'에서 찾은 샤피로와 달리 하이데거는 '존재의 개시'로서의 진리를 말한다는 점에서 탈근대적이다. 하지만 샤피로와 같이 작품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4편.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멜버른의 데모도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4편.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멜버른의 데모도 일주일간 머물렀던 시드니를 떠나 멜버른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시드니에서 머물 생각이 없지는 않았지만, 멜버른에 가게 된 이유는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2015년, 영국의 매거진 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멜버른을 선정했다. 도시 경제가 안정적이고, 문화 수준도 높고 환경도 좋고 교육, 인프라도 잘 되어 있다고 무려 100점 만점 97.5점을 멜버른에 준 것이다. 물론, 그건 나처럼 이주 노동자가 아닌 자본이 어느 정도 있는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지만, 그때는 내게도 뭔가 콩고물이 떨어지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멜버른은 시드니보다 여유롭고, 무..


    영화 <이창>을 보고서: 시선과 권력에 대한 생각

    히치콕의 영화 의 주인공 제프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방 안에서 이웃들의 사생활을 훔쳐본다. 맞은 편 건물에는 발레리나, 과부인듯한 중년의 여인, 감성적인 작곡가, 테라스에서 잠을 청하곤 하는 노부부와 아픈 아내와 함께 사는 쏜월드가 있다. 비 오는 어느 날, 제프는 쏜월드의 집에서 살인 현장으로 의심될 만한 장면을 목격한다. 제프는 사진 기자로 일했던 경력을 살려, 쌍안경과 카메라까지 동원해 가며 쏜월드를 감시한다. 제프와 그의 애인 리사, 간병인 스텔라까지 가세 해 쏜월드를 훔쳐 보는 동안 쏜월드의 살인 혐의는 점점 짙어져 간다. 제프는 경찰인 친구에게 수사를 의뢰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기야 리사는 쏜월드에 집에 무단 침입을 시도한다. 하지만 리사는 쏜월드에게 발각되고, 쏜월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