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70년 경에 태어났다. 71세의 나이에 '신성 모독죄'와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당시의 상황을 수제자인 플라톤이 기술한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형 선고를 받고 도망갈 수도 있었다고 하는데(이런 건 어떻게 알지?), 태연히 독배를 들이마시며, '아 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을 빚졌으니 좀 갚아주게'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한다. 그건 아마도 소크라테스가 영혼이 불멸한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그래도 그렇지..)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에 아테네는 부패한 시기였는데,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악한 이유가 '무지'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알고도 악한 것이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악한 것이라 생각했다. 책을 쓰지 않았기에 그의 철학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당대 소피스트의 상대주의와 회의주의에 맞섰고, 덕을 강조했다고 한다. 다음은 <소크라테스 변명>에 나오는 그의 말.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하며, 개인적 이익을 구하기에 앞서 덕과 지혜를 추구해야 하고,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기에 앞서 국가 자체를 돌봐야 하며, 또한 이것이 인간의 행동에 있어서 지켜야 할 순서라고 여러분 각자에게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여러 말 중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아마도 가장 유명할 것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말을 자세히 보면, 안다는 것은 그저 안다고 생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구분하는 일에 가깝다. 즉, 안다는 건 무엇을 모르는지도 안다는 것이다.
사람도 나도 아름다움이나 선함을 사실상 모르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보다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모르면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당대의 장인과 시인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잘못'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그런 자리에 올라가면 모든 걸 안다고 착각하곤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장인까지도 시인과 같은 잘못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훌륭한 기술자이므로 자신들이 모든 종류의 중대한 문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결점이 그들의 지혜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그리고 재판관의 의무
소크라테스는 배심원과 재판관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의 잘못된, 악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변론한다. (책 제목은 변명이지만, 변론에 보다 가까운 거 같다.) 그러면서 배심원으로 참가한 아테네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그대들은 제대로 알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까?' (*참고로 당시 아테네에서는 재판관을 30세 이상의 성년 남자들 중에서 추첨으로 선출했다고 한다. 임기는 1년이었으며, 소크라테스 재판 때는 5백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그는 줄곧 ‘아테네인 여러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이는 실은 재판관을 지칭하는 것이다. 다만, 소크라테스가 ‘재판관 여러분’이라고 하지 않고, ‘아테네인 여러분’이라고 한 것은 재판관이 자신을 재판할 권리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소크라테스를 죽이기로 한 마음을 돌이키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케된 소크라테스는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에게는 어떠한 잘못이 없어 보이며, 없으며, 그렇기에 지금의 변론[변명]의 방식을 후회하지 않는다 말한다.
오히려, 후안무치(厚顔無恥)하지 못하고 여러분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눈물을 흘리고 울부짖고 한탄하는 등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늘 듣고 있는 많은 일을 말하지도 행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주장한 것처럼 이러한 일은 내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나는 그때 위험에 직면하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또는 비열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나는 지금 내 변명의 방식을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여러분의 방식에 따라 말함으로써 생명을 보존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내 방식대로 말하고 죽는 것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부탁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이자, 마지막 말을 남기고 독배를 마신다.
오, 나의 친구들이여, 나의 아들들이 장성했을 때 그들을 처벌해주시오. 나의 아들들이 덕 이상으로 재산이나 다른 일에 관심을 갖는다면, 나는 여러분을 시켜서 내가 여러분을 괴롭힌 것처럼 그들을 괴롭힐 것입니다. 또한 나의 아들들이 사실은 보잘것없으면서도 훌륭한 체하면, 여러분은 내가 여러분을 꾸짖은 것처럼, 그들이 반드시 돌봐야 할 일을 돌보지 않고 사실은 보잘것없으면서 훌륭한 체한다고 그들을 꾸짖어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해준다면 나와 나의 아들은 당신에게서 정당한 대우를 받은 것이 됩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기 자기의 길을 갑시다. 나는 죽기 위해서,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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