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이야기를 시작하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번역 업계에서 발을 슬슬 빼고 있는 요즘. 관련 글을 쓸 수 있을 때 몇 가지 추려둔 목차들에 살을 붙여보려 합니다. 물론 앞으로 번역을 전혀 하지 않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 개월 간은 무게 중심을 서서히 다른 일로 옮겨갈 거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해 논할 만큼의 긴 경력은 없으니, 그저 지난 3년 여간 번역가로 일해온 개인의 이야기라는 점을 참고해서 앞으로의 글들을 읽어주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럼, 첫 글로 번역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번역가는 어떤 일을 할까요?
너무 뻔한 질문이라 이렇게 답하면 좀 그럴 수도 있지만... 번역가는 번역을 합니다. 그렇다면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번역은 기본적으로 다른 언어로 쓰인 글을 또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입니다. 요즘에는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가 이런 일을 아주 잘하죠.
사실 직역을 기준으로 하는 번역 실력만을 놓고 본다면 구글이나 파파고가 초보 번역가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틀리거나 빠뜨리는 부분이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기업들은 왜 여전히 번역가를 고용할까요? 어쩌면 이를 통해 번역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기업들이 번역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번역이 단순히 'Yes'를 '예'로 옮기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구글신과 갓파고는 그렇게 번역할지라도 말이죠. 'Yes'는 때에 따라 '응'이 될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네'가 되거나 가볍게 생략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번역가는 'Yes'를 문맥과 필요에 맞게 '예', '응',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등으로 번역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즉, 각 상황에 맞게 문맥을 고려하여 단어를 가장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조합하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번역가의 일인 것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직역과 의역 중에 어떤 번역을 해야할지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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