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휘입니다. 오늘은 프루프리딩이란 무엇이며 또 프루프리더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프루프리딩이란?
프루프리딩(proofreading)의 뜻은 '교정' 또는 '윤문'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번역에서 프루프리딩이란 번역 작업물이 제대로 번역됐는지 원문과 비교하고 이를 스타일가이드에 따라 보다 매끄럽게 만드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번역가는 맞춤법, 띄어쓰기, 오탈자 점검은 물론 용어의 통일, 어투와 종결 어미의 일치 등 글쓰기의 기초적인 원칙들을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당연히 번역의 정확성과 원문에 대한 충실성도 점검해야 하죠. 이처럼 번역가의 관점에서 자신의 번역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일이 바로 1차적인 프루프리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번역가는 1차적으로 자신의 번역 결과물을 검토하는 프루프리더인 셈입니다.
프루프리딩의 필요성
저는 완벽한 번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번역이 있을 뿐이죠. 이는 완벽한 글은 없지만 좋은 글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시 고쳐 쓰는 일이 필수적인 것처럼, 번역 또한 다시 고쳐 쓸수록 더 좋은 번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책임감 있는 번역가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자신이 진행한 번역에 대해 프루프리딩을 진행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혼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는 경우가 아니라면 팀에 이러한 프루프리딩만을 전담하는 담당자가 있기도 합니다.
프루프리더로 일한 썰
저는 최근 1년 반 정도를 번역 팀에서 프루프리더로 일했습니다. 저희 번역 팀은 총 4명이었는데요. 3명의 다른 번역가가 번역을 해서 전달하면 제가 프루프리딩을 해서 최종 제출하는 식이었습니다.
번역가로 일을 하다 프루프리더가 되니 좋았던 점은 직접 번역을 하는 것보다 일이 훨씬 수월했다는 것입니다. 최종 결과물에 대한 압박감이 있긴 했지만, 일 자체는 번역보다 편했습니다. 또한 다른 번역가들의 번역을 살펴보며 여러모로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 이런 부분은 이렇게 번역할 수도 있구나' 하며 다른 번역가의 번역에 감탄할 때도 있었습니다.
안 좋았던 점은 한 분이 이러한 프루프리딩을 악용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저를 믿어 주신 건 감사하지만(?) 너무 전적으로 믿고 대충 번역을 해서 계속 번역 결과물을 넘기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서서히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몇 개월을 버티다 어느 날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번역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로는 많이 신경 쓰는 모습이 보였지만, 개인적으로 한 분의 번역을 프루프리딩하기란 무척 고역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프루프리더의 역할
짧게나마 프루프리더로 일해본 결과 프루프리더의 역할은 번역가를 보조하고 1차 번역 결과물을 다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번역을 크게 수정하는 경우에는 번역가 분과 때로는 짧고, 때로는 아주 긴 대화를 나누며 이를 조율하는 것도 프루프리더의 역할이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어디까지가 번역이고 어디까지가 프루프리딩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번역가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번역 결과물에 대한 기본적인 프루프리딩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게 전달받은 1차 번역물에 대해 프루프리더에게는 O, △, X라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O는 따로 고칠 부분이 없거나 고쳐도 아주 미묘한 부분을 고치는 경우입니다. 즉, 번역가에게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교정이나 윤문을 진행해도 되는 경우죠.
△는 다시 쓰기가 필요하며, 번역가와 이야기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저는 번역가의 의도를 존중하되 프로젝트의 통일성을 중심으로 의견을 조율해 가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X는 번역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결과물이 엉망인 경우입니다. 저는 이 마지막 X의 경우를 제 선에서 처리하려다 보니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이럴 때는 1차 번역 결과물을 되돌려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잘못된 결과물이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렇게 돌려보내기가 참 애매하지만 말이죠(...)
X의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면 번역가 또는 에이전시가 프루프리딩을 악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때는 프루프리딩을 거부하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번역 일을 하는 게 더 낫습니다.
만약 프루프리딩 일을 맡았지만 처음부터 다시 번역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과감하게 거부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게 자신의 소중한 노동과 시간을 지키면서 또한 함께 일하는 팀에게도 분명한 피드백을 주는 선택일 테니까요.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 또한 프루프리더의 역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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