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에 있는 포셋 POSET 에 다녀왔다. 엽서와 편지지를 함께 파는 곳이었는데, 인스타그램 피드에 떠서 우연히 저장을 해놨던 곳이었다. 언뜻 보면 특별할 거 없어보일 수 있는 이 공간이 특별했던 건 안쪽에 편지를 쓸 수 있게 하는 공간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곳에서 직접 편지를 쓰시는 분도 있었고, 또 반대편에는 사물함이 있어서 무언가를(아마도 편지를)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단순히 엽서나 편지지를 파는 곳이 아니라,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공간에 참여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것도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또 다른 이유로 이 공간은 인상 깊었는데, 그건 내가 아날로그적 글쓰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보통 노트북으로 글을 쓰지만 때로는 종이 위에 글을 쓴다. 그런데 쓰고 보면 두 가지 방식에 따라 조금 다른 결의 글이 나오곤 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글, 정말로 공들을 쓰고 싶은 글들은 종이에 쓰곤 한다.
그럼에도 아날로그적 글쓰기를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번거롭기 때문이다. 쓴 글을 다시 공유하려면 사진을 찍거나 타이핑을 해야 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이 위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해서 하고 있었는데, 이 공간이 넛지 포인트가 됐다. 기쁜 마음으로 엽서와 편지지를 몇 장 샀다.
그리고 오랜만에 종이 위에 글을 썼다. 종이에 펜으로 쓸 때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조금 긴장이 될 때가 있다. 다음 문장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보기로 할 때 가슴이 뛰곤 한다. 아날로그 글쓰기에는 자유롭게 타이핑하고 지웠다가 다시 적을 수 있는 디지털 글쓰기와는 또 다른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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