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목이 안 좋아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손가락 마디에도 통증이 있고 해서 번역 일을 하는데 조금 힘이 들어요.
어느덧 4년차 번역가가 됐어요. 저도 이렇게 번역을 계속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됐네요.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일할 때가 많아요. 꼭 번역 일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아요.
어제 한의사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손목이 왜 이렇게 안 좋으시냐고. 손가락이 왜 이렇게 아프시냐고. 그래서 일을 많이 해요하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이야기를 하나 해주시더라고요. 연봉이 500억인 스포츠 선수가 있는데 부상을 당했어요. 그러면 바로 회복이 되던가요? 그 사람이 100억을 내고 몸을 바로 회복할 수가 있을까요? 아무리 돈을 많이 내고 회복할 수 없는 지점이 있어요. 그걸 넘어가면 더 이상 회복이 힘들어져요. 멈춰야겠으면 지금 멈춰야해요.
집에 오는 길에 맥주 네 캔을 샀어요. 혼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이 한편으로는 미친듯이 일을 시작했던 때인거 같아요. 감정적으로 결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쨌거나 일은 해야 할 것이고 이 또한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매일같이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책상 앞에서 조금 다른 자세를 취해야겠다고요. 물리적인 자세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말예요.
대학생 시절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가 있어요. 프라이머리의 <독>이라는 곡인데 거기에 이런 가사가 나와요. 어른이 돼야 된다는 말 뒤에 숨겨진 건 최면일뿐 절대 현명해 지고 있는게 아냐 멈춰야겠으면 지금 멈춰 (...) 우린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쳐.
이 글을 쓰며 오랜만에 그 곡을 다시 듣고 있어요. 지금 멈춰야할 때 일까요?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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