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협상 시도
오늘은 입금 협상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저는 번역가로 일을 하고 있는데, 현재 두 업체하고 일을 하고 있어요. 하나는 정직원으로 회사에서 테크니컬 번역을 하고 있고, 다른 한 곳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는 곳에서 임금 협상을 시도했어요.
이곳은 제가 첫 번역을 시작하게 된 곳이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정말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 했는데, 지금은 글로벌 대기업이 됐습니다. 불과 4년 만에 엄청나게 큰 성장세를 보여준 기업인데, 솔직히 말해 저는 제가 세운 공 좀 컸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말로 열심히 했거든요.
그치만 그동안 임금 협상을 딱 1번 했는데요. 당시의 요율이 그렇게 나쁘지 않기도 했지만, 또 제가 이렇게 좋은 기업과 함께 일을 한다는 프라이드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최근에 다른 업체들로부터 오퍼들이 들어오면서 이쪽을 이제 그만 둘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또 바로 그만두기는 그렇고 해서 임금 협상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임금 협상 후기를 들려드리지 전에 제가 생각하기에 임금 협상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들을 먼저 소개해 드릴게요.
임금 협상 잘하는 방법
저는 프리랜서로서 몇 번의 임금 협상을 성공한 경험이 있었고, 최근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도 원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제가 나름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다음 네 가지 정도로 정리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를 잘 섞어 쓸 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는 거 같습니다.
- 첫 번째: 원하는 임금 인상 비율보다 높게 부르기.
- 두 번째: 임금 인상을 말 하기 전에 내가 세운 공과 성과에 대해 어필하기.
- 세 번째: 중요한 것은 타아망!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기.
- 네 번째: 승부수를 띄우기.
실제 임금 협상 진행
이번 임금 협상도 위 전략을 바탕으로 시도를 했어요. 첫번째로 저는 약 20% 정도의 임금 인상을 원했기 때문에 30%를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제가 다른 번역가와 함께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다른 업체에 비해서 제가 받고 있는 임금이 결코 높은 것은 아님을 어필하고자 했어요. 정리하자면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싶다. 무엇보다도 지난 2년 동안 임금 인상이 없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논지였습니다.
그런데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매니저는 지금 요율을 물어보고서는 30분 정도 뒤에 ‘미안한데, 네가 지금 받고 있는 요율이 결코 작지 않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여기서 바로 포기할 수는 없죠. 저는 정중하게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습니다. ‘어떤 말인지 이해한다. 그러나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번역 의뢰가 들어오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한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일하는 게 좋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 임금 인상을 조금 고려해봐주는 건 어렵겠냐. 지난 2년 동안 임금 인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냐’고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이정도면 꽤나 강한 승부수를 띄운건데, 중요한 건 타이밍이 별로 안 좋았습니다. 현재 업계 상황이 안 좋은 상황이었고, 여기저기에서 정리 해고도 많은 상황이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매니저는 ‘잘 알고 있겠지만 동종 업계에서는 해고도 많이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함께 가기 위해 꾸준히 일을 주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내보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까 하다가 ‘알겠다. 생각해보고 말해주겠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몇 시간 뒤에 매니저가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네가 일을 열심히 하는 거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해보겠다'고요. ‘그런데 30%까지 못 올려줄 수도 있다. 그럼 여기 일은 이제 그만두는 거냐?’고 직접적으로 물었습니다. 저는 ‘비율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는 거고, 임금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나가지는 않을 거다. 지금 해야 할 일들도 많이 있고, 혹시나 변동이 생긴다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충분히 미리 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임금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주도권의 싸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업체는 조금이라도 덜 주고 싶어할 것이고, 프리랜서는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할테니까요. 지금 요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위의 전략을 바탕으로 정중하게 임금 협상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밑져야 본전입니다. 올라가면 좋은 거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했다고 바로 짜를 클라이언트는 없을테니까요.
임금 협상 후기 (다음 날)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오후에 매니저가 연락이 왔습니다. ‘한 번에 30% 인상은 무리다. 우리 직원들도 최대 임금 상승률이 10%다. 10%만 올려주면 어떻겠냐?’ 내심 아쉽더군요. 그러나 저는 ‘알겠다. 신경써줘서 정말 고맙다.’고 답장했습니다.
원하던 20% 인상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10%를 얻어냈으니까요. (정신 승리인가요? ㅎㅎ) 여기서 15%나 20% 이야기를 한 번 더 꺼내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업계가 불황이라 좋은 타이밍은 아닌 거 같았거든요. 다음 타이밍을 또 노리기로 하고 우선은 한 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클라이언트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이번 임금 협상의 결론은 타이밍이 온다면 틈틈이 적극적으로 임금 협상을 시도하자 입니다! 프리랜서는 열심히 실력을 쌓아가면서 동시에 이에 비례하는 몸값을 스스로 상승시켜 가야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업체보다 더 나은 업체라는 대안이 있지 않다면 무리하게 임금을 올리려고 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요율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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