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때가 있죠. 처음에는 그것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음, 그런데요. 가만히 살펴보니 한편으로는 그것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무슨 말인가 싶으신가요?
어떤 일이 정말로 하고 싶다면 그것을 거창하게는 꿈, 소박하게는 목표라고 부를 수 있을 거예요. 대부분 꿈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이유를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에서 찾곤 하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제 생각에는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보다 정확하게는 성공하지 못해서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그 꿈이 영영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는 것이죠.
마음 속에 꿈을 품고 있는 동안에는 적어도 그 꿈은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남아 안전하고 무해하니까요.
정리하자면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것을 정말로 간절히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유리공 같아서 테이블에 꺼내어 두기조차 조심스러운 꿈과 목표인 것이죠.
그런데 그 유리공이 사실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아이스볼이라면 어떨까요? 아이스볼은 언젠가는 녹아서 사라질 거에요. 그런데 너무 아깝지 않나요? 이렇게 아름다운 아이스볼이 그냥 그렇게 녹아버린다는 것은요. 마음 속에서 둥글고 매끈한 아이스볼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심했던가요?
이해는 가요. 너무도 소중한 것이라 더욱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요. 그러나 그렇게 녹아버리기에는 너무 값진 마음가짐이기도 해요. 마음 속에 꽁꽁 아이스 볼을 얼려두고 싶은 마음도 있겠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성을 다해 조심스레 꺼내어 볼 수도 있을 거에요.
선택은 제가 감히 가늠하기 어려운 각자의 사정과 판단에 따라 달라질 거에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모두 언젠가를 위해 마음 속에 둥글고 매끈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빚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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