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마음 청소 | 83 | 일상 에세이

    마음 청소. 마음을 제때 정돈하고, 닦아줄 것. 그렇지 않으면 어질러진 마음에 익숙해지게 될 수 있으니. 그런데 어떻게 마음을 잘 청소할 수 있을까? 한 때는 마음가짐이란 마음먹기 나름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마음이란 유기적으로 구성되며 주어지는 경향이 더 크다고 본다. 자주 걷는 사람은 걷는 이의 마음을 갖게 되고, 자주 뛰는 사람은 또 뛰는 이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니.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되고 또 나의 마음이 된다.


    어둠에 익숙해진 사람들 | 82 | 일상 에세이

    공연을 준비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글을 한 편 쓰게 되었다. 이제는 글을 쓴다는 것이 종종 부끄럽다. 아직도 마음을 열어 할 이야기가 남아있나 싶지만, 내 마음은 '그렇다'고 답하는 것 같다.어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로 저녁에 활동하고,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으로 다니곤 한다. 어두컴컴한 골목 한구석이 무섭지도 않나 싶은 곳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빨간 불빛이 나는 담배를 뻐끔뻐금 피워대거나, 하얀 불빛이 가득한 휴대전화 액정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한다. 그러다 오늘도 불이 꺼지지 않는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마실 것 하나를 사들고 나와서는 달빛을 조명 삼아 거리를 걸어본다. 그렇게 걷다보면 종종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또, 눈에 잘 띄지 않는 무채색 색상의..


    믿음 | 81 | 일상 에세이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들에 둘러쌓여 살아간다. 즐비한 소음들 속에서 굳게 믿어야 할 말들을 찾아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마음 속에서 정답을 찾았는가? 어쩌면 그대는 밖으로 나아가는 문을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언제나 나보다 크고, 나는 세상을 결코 알 수 없다. 우리는 지도 없이 미지의 길을 걷는 여행자들일 뿐이다. 이 길이 좋다, 저 길이 좋다 하는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귀를 활짝 열었다가 꾹 닫기(반복x2). 그러다 차분한 마음이 주어졌을 때, 걸어왔던 발자국들을 무심코 뒤돌아보기를.


    그냥, 근황 이야기 | 80 | 일상 에세이

    20대 후반에 세웠던 자산 목표를 달성했다. 운 좋게 계속해서 ATH다. 경제적 자유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목표를 달성했지만 벅찬 감격 같은 건 없었다.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어서일까. (한편, 사람은 끝도 없이 그 욕심을 비워낼 수 있는 존재다. 의,식,주가 해결된 상태에서는 많은 것들이 마음의 문제에 달렸다.) 가급적 아무것도, 누구에게도 자랑하지 않으려 한다. 자족하며 살면 될 일이다. 누군가가 알아봐주길 원하는 건, 여전히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여기에 적는 이유는 그냥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 한 때는 파이어를 꿈꿨으나 정작 문턱에 서니 그닥 끌리지가 않는다. 결국 그 중심에는 '돈'..


    마음을 돌보고 다스리는 일 | 78 | 일상 에세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보게 된 유튜버 진쓰레블님. 자전거를 타고 유럽을 일주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노을을 보며, '아! 이거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노을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매일 산 속에서 홀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다음날 일어나 8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기를 두 달 가량을 반복했다. 3,000킬로미터를 넘게 달렸던 거 같다. 그때의 나는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에 감사했고,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에 기뻐했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두 다리를 뻗을 수 있음에 만족했다. 마음을 돌보고 다스리는 일. 그것은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일과 같아서, 앞으로 살아가며 계속해서 잊지 ..


    내가 다시는 해외 중소기업과 면접을 보지 않을 이유 | 76 | 일상 에세이

    얼마 전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이 온 영국의 한 중소기업과 면접을 봤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업이었지만, 연락해 온 HR 매니저의 친절함과 더불어 하루 매출이 약 10억 원가량 된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면접은 영어로 이루어졌고, 영국에서 근무하는 리쿠르터와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놀라운 점은 면접관인 그의 첫마디가 내 이력서를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HR 매니저에게 내 이력서를 전달해 준 적은 없지만, 또 그쪽에서 달라고 했던 적도 없다. 그러나 링크드인 링크만 부서에 공유해 줬어도 당연히 알 수 있는 정보였는데, 그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채로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마음속으로는 "하하.. 먼저 연락..


    걷기와 루틴 | 75 | 일상 에세이

    요즘 참 많이 걷고 있다. 하루에 대략 15,000보 정도를 걷는다.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이렇게 걷는 이유는 최근에 시작한 M2E 때문이기도 하지만, 걷는 걸 또 좋아하기도 한다. 특별히 걷다 보면 생각들이 정리되고 또 걷기 전에는 없던 마음 가짐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걸으면 거의 항상 좋은 일들이 생긴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걸으면서 일과의 경계가 더욱 선명해졌다. 홀로 일하는 솔로 워커로서 언제나 일을 정시에 시작하고 또 정시에 마감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제는 대략 해뜰 무렵에 일을 시작하고 해질 무렵에 일을 마감하는 분명한 루틴을 갖게 되었다. 직장인의 시각에서는 여전히 러프하지만 이 세계에서 이정도는 꽤나 단단한 축에 속한다. 솔로 워커나 프리랜서, 재택 근무를 하는 이들에게 루..


    이사 그리고 M2E 걷굴 | 74 | 일상 에세이

    이사 몇 번의 이사인가. 올해 벌써 두 번의 이사를 했다. 대략 1년에 한 번 정도 이사를 하는 것 같다. 이사는 조금 귀찮지만, 그리 힘든 것도 아니다.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것이기 때문일까. 2023년. 올해는 절반 가까이를 발리, 싱가포르, 홍콩, 방콕 등 해외에서 보냈다. 8월 말 베트남 다낭 가족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부모님 댁에서 한 달 정도를 지냈다. 추석을 쇠고는 서울로 올라왔다. 전에 머물던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연희동에 있는 오피스텔로 혼자 지내기에는 아늑하기 그지없다. 이사는 2주 전에 했건만 오늘에서야 대략적인 짐정리를 마쳤다. 아직도 조금 너저분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자취방의 사진을 올려둬본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