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 읽고 쓰기

    찰스 핸디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돈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얻기 어려운 것과 돈 한푼이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내가 찾은 두 질문의 답은 동일했다. 그것은 소위 말해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었다. 예컨대, 사랑하는 '마음'이나 지금 이 순간에 주어진 '삶'과 '시간'들이 그러했다. 이는 가치를 돈이라는 숫자를 통해 판단하던 관성적인 생각의 흐름에 균열을 일으킨 경험이었다. 찰스 핸디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니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삶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삶이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무엇이 될 때 (그리하여 삶이 우리에게서 종종 멀어질 때..


    빅터 프랭클린 ‹죽음의 수용소에서›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린은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있던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다. 수용소에 갇힌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거나 병에 걸리거나 고문을 당하거나 가스실에서 죽어가는 현장에서 그는 하나의 사실을 발견한다. 바로 그러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성자처럼 행동하고 또 누군가는 돼지처럼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강제 수용소라는 끔찍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으며, 그러한 의지의 경향(선택)에 따라 각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의지와 선택 언뜻 생각하면 이토록 비참한 상황에서는 모두가 이성을 잃고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으로만 행동할 거 같다. 그러한 맥락에서 프로이트는 ‘다양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릴 경우, 결국 개인의 차이는 모호해지고 채워지지 않은 굶주..


    홍성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홍성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를 읽기 전에는 물이 딱 절반이 남았을 때, '물이 반이 남았네?' 또는 '물이 절반 밖에 안 남았네?'하는 인식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 브랜딩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모두가 남아 있는 물의 양에만 집중할 때,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물의 양이 아니라 깨끗함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제품을 차별화하고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브랜딩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하나의 사실(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신들이 의도한 방식으로 고객 경험과 인식을 이끄는 것이 브랜딩의 힘이 아닐까?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제품과 서비스의 특정한 측면을 고객들이 보다 잘 경험할 수 있게 관점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것이 브랜딩의 중요한 ..


    아니 에르노 ‹진정한 장소›

    소위 실용서라 하는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 요즘, 아니 에르노의 인터뷰를 읽는 경험은 과연 쓸모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안타깝게도 문학은 많은 것들을 외면한다. 문학은 한 개인의 주관성을 사회적 보편성으로 확장해 시대에 정치적 목소리를 형성해내지만(최소한 이를 인식하는 독자에게는), 많은 목소리가 그러하듯 그것은 발설되는 순간 응집되지 못하면 금세 흩어지고 많은 하나의 메시지일 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읽고 또 기억하려 하는 것은 흩어졌다고 해서 그 목소리가 영원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학은 결코 밥벌이와 사랑하며 살아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당장에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 그러니까 나 또는 누군가를 위한 인생의 선..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또는 격세유전으로 내려온 어떤 뿌리 깊은 본능이 이 방랑..


    스벤 브링크만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생각해야 한다. 메멘토 모리. 네가 죽으리라는 걸 기억하라. 당신의 죽음을 매일 생각하라. 그렇다고 무기력해지거나 절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에 차츰 익숙하지고 삶을 더 감사히 여길 수 있도록 죽음을 생각하라. 그래서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잘 죽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에만 집중하라고 부추긴다. 모두들 '좋은 삶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면서도, 잘 죽는 법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잘 죽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쓴 것처럼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 을 잊는다." 죽음을 생각하는 목적은 그 자체에 매..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이른바 세상에서 가장 큰 성공과 혁신을 거듭한 인물들을 만나보았다.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산책하고, 식사를 하고, 회의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 중 하나는 그들은 대부분 ‘배거본더(vegabonder, 방랑자 또는 유랑자)’였다는 것이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여름휴가에 떠나는 여행이 아닌, 더 긴 시간을 들여 더 깊이 관찰하며 세상을 걷는 여행 전통인 ‘배거본딩’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배거본딩은 일상에서 최소한 6주 이상 벗어나 여행을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떠나는 여행일 때 비로소 우리는 일상의 삶을 새롭게 바꿔나갈 수 있다. 배거본딩은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우리에게 소유가 아닌 선택권을 ..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과학자의 입으로 외쳤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층들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이였고, 비범함 적응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건 작건, 깃털이 있건 빛을 발하건, 혹이 있건 미끈하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그 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왜 그걸 보지 못한 걸까? 사다리에 대한 그의 믿음을 반증하는 증거들이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식물과 동물이 배열되는 방식에 관한 이 자의적인 믿음을 왜 그토록 보호하려 한 걸까? 그 믿음에 도전이 제기되면 왜 더욱 강하게 그 믿음을 고수하고 폭력적인 조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