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 일상 에세이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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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지구는 광활한 우주 속 하나의 행성이다. 그러나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가 나타나 '세상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입니다.'라는 혁명적인 주장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물론, 결국에 그들이 맞았다. 그러나 당시 우주의 중심이 자신들이 믿는 신, 아니 정확하게는 자신들이라는 오만함에 빠져있던 중세의 종교 지도자들은 이들을 재판대에 올리기까지 했다. 지구를 63억 킬로미터 밖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20여년 전 우주 탐사선이 태양계를 벗어나며 찍은 사진인데, 를 쓴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보고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Blue Dot)'이라 표현했다. 다음은 칼 세이건의 글이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답정너, 계절 ⏐ 일상 에세이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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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아침 해가 뜨는 시각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입춘이 지났고, 어쩌면 저 남쪽 어딘가에는 매화가 피었을지도 모르겠다. 계절은 답정너라 좋다. 이제 겨울의 끝자락이야. 그러네. 많이 추웠지? 곧 봄이야. 응. 계절은 하나의 섭리다. '그러네, 응.'이라고 긍정하며 대답하며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속절없이 다가와 안착하는. 작년 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가끔은 혼란스럽다. 아니, 꽤나 자주 혼란스럽다.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인지. 그런 와중에 변화하는 계절은 내게 작은 확신과 위로를 준다. 꽃은 피고 지고, 나무는 자라고 죽으며, 계절풍 또한 불어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삐딱하게 ⏐ 일상 에세이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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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1. 해가 뜬지 한참이 지난 10시가 넘어서야 침대에서 겨우 기어나와 노트북을 켰다. 여러 음악들을 듣다가 최종적으로 정착하게 된 지드래곤 . 이 노래가 2013년에 나왔으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라떼는 말이지... 빅뱅과 소녀시대의 시대였는데 말이지... 2. 지디는 사랑하는 누군가와 이별을 했나보다. 그래서 '영원한 것은 없다'며, '사랑같은 것은 집어치워'라고 말하며, 바깥으로 나가 삐딱하게 행동한다. 이 노래가 참 좋은 것은 결국에 '그래서 그대가 보고 싶어요. 나와 친구가 되어 줄래요.'라고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3. 마음을 다해 그때의 순간이 전부인듯, 그래서 영원한 듯 믿어보았다면 그것들이 깨어질 때 얼마나 큰 상처를 입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
마음을 돌아보는 밤 ⏐ 일상 에세이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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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1. 오랜만에 혼자서 요가를 했다. 전에 정말 친절하게 요가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자세들을 조금씩 떠올리며, 뻐근한 몸을 어찌해보려 애썼다. 요가를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작은 스탠드 불빛 하나와 매트 하나만 있으면 됐다. 한밤의 요가를 마치고 나니 문득, 집 안의 물건들 대부분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2. 매일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급했던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의 깊이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요가는 글쓰기와 닮았다. 늦은 밤, 작은 종이 위에 연필 하나를 쥐고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3. 나조차도 믿기지 않지만,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마감했던 시절이 있었다. 형식적인 경건을 표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삶의 태..
요즘의 나 ⏐ 일상 에세이 ⏐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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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일상 에세이
1. 올해를 시작할 때쯤에야 분주하게 거처를 옮겼고, 새로운 환경에서 상당히 많은 인풋들이 있었다. 부트캠프에서 백엔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나는 열심히 파이썬과 장고를 공부하고 있다. 정말이지, 하루 12시간이 넘게 모든 걸 갈아 넣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터미널을 통해 들어오는 리퀘스트에 제대로 반응하는 코드들을 보며 초심자의 만족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2. 작년 한 해는 존버의 해였다. 그 누구에게도 모든 것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던 만큼, 숨 가빴고, 힘겹기도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믿게 되었다. 파편 같이 삶의 흩어진 모든 점들이 언젠가는 모두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그러니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
[프리랜서 일지] 16. 올해의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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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프리랜서 일지(完)
2021년 12월이다. 아직, 올해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연말에는 이사와 새로운 공부로 더 정신이 없을터이니 나름의 기록을 해두고자 한다. 정체성 올 한 해, 오롯이 프리랜서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았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좋지만은 않았다. 자유의 반대편에는 불안이 맞닿아 있었고, 괜스레 센티멘털해지는 새벽에는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난 프리랜서였고, 그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고 나서야 나아갈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계약직 노동자와 프리랜서의 차이점을 몇 년 만에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 프리랜서라는 정체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출발점이 되었던 거 같다. 도전의 결과 벌인 일도 참 많았다. 새롭게 시도했던 사업, 공부, 인간관계, 투자 등등. 실패했던..
[번역 이야기] 7. 번역가 활동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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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번역 이야기(完)
안녕하세요. 휘입니다. 오늘은 그간의 번역 활동을 마치며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번역가가 된 계기 저는 정말 우연히 번역가가 되었습니다. 원래는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시작했다가 운 좋게 업체와 인연이 계속 닿아 풀타임 번역가 자리를 제안받게 되었습니다. 평소 영어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 일이면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어 번역가로 자리를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번역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아주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대학생 시절 번역 학회에서 외신과 단편 문학을 번역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걸 포트폴리오로 꾸려서 냈고, 번역 테스트를 보고 첫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번역가로 일한 후기 저의 첫 제대로된 밥벌이로써 번역 일을 하면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
[번역 이야기] 6. 프루프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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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번역 이야기(完)
안녕하세요. 휘입니다. 오늘은 프루프리딩이란 무엇이며 또 프루프리더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프루프리딩이란? 프루프리딩(proofreading)의 뜻은 '교정' 또는 '윤문'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번역에서 프루프리딩이란 번역 작업물이 제대로 번역됐는지 원문과 비교하고 이를 스타일가이드에 따라 보다 매끄럽게 만드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번역가는 맞춤법, 띄어쓰기, 오탈자 점검은 물론 용어의 통일, 어투와 종결 어미의 일치 등 글쓰기의 기초적인 원칙들을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당연히 번역의 정확성과 원문에 대한 충실성도 점검해야 하죠. 이처럼 번역가의 관점에서 자신의 번역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일이 바로 1차적인 프루프리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번역가는 1차적으로 자신의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