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르테이프의 편지를 읽으며: 책 읽기와 글쓰기의 함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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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 읽고 쓰기
C.S 루이스 를 읽으며 책 읽기와 글쓰기의 함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읽기와 쓰기는 기본적으로 사고를 넓히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함정이 존재한다. 바로, 삶을 머릿속에 가둬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삶은 정말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 되며, 인간은 점차 무기력해지고 만다. 앎과 실천은 사실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은 아는 만큼, 아는 대로 살아가는 존재다. 아는 만큼 살아가지 못한다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환자가 어떤 것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막는 일이다. 이 새로운 회개에 대해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한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한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그 하찮은 짐승이 자기 머릿속에서만 뒹굴게 하거라. 글재주가 눈곱만큼이라도 있..
김초엽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읽고: 우리는 왜 이 지구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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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구 밖 한 마을이 있다. 유토피아라 불릴만한 이상적인 공간에는 차별과 배제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생에 한 번 '지구'로 순례를 떠난다.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무엇보다도 다툼과 분쟁이 발생하는 지구로 말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러한 지구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안정과 평화를 버리고, 혼란과 고통을 택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개조의 욕망 소설의 화자 데이지가 사는 마을은 한 바이오해커 릴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얼굴에 있는 흉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경험하며 자랐던 그녀는 '흠이 없고 완벽한, 개조 인간'을 만드는 해커로 활동했다. 이로써 릴리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쌓았다. 그렇게 세상에는 '신인류'로 가득한 새로운 구획이 형성되었고, '개조되지 못한 이'들은 주변..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무한한 우주와 적막한 기다림의 시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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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은 우주 정거장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170세 노인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우주선을 둘러싼 공간을 왜곡하는 워프 버블을 개발했던 연구자였다. 워프 버블을 이용한 항법은 빛보다 빠르게 다른 은하에 도달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연구는 성공적이었고, 많은 이들이 이를 통해 전에는 갈 수 없었던 새로운 행성계로 이주해갔다. 거기엔 안나의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나는 연구를 마치고 가족과 합류하려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술인 웜홀 항법이 도입된 터였다. 문제는 웜홀 항법을 통해서는 가족들이 옮겨간 슬렌포니아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웜홀 항법은 워프 항법과는 다르게 우주에서 정해진 통로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는 방법이었는데, 슬렌포니아로 가는 웜홀은 없었기 때문이다. 비용과 효율의..
김영하 <여행의 이유> :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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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 김영하 중 까만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잘생긴, 베스트 셀러 작가, 김영하가 최근 라는 산문집을 펴냈다. 작가는 이제껏 글쓰기와 더불어 여행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다고 말한다. 그는 틈만나면 배낭을 메고 세계를 여행했고, 그러한 ..
<존재와 시간> ⏐ 하이데거(이기상 역) ⏐ 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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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하이데거 이 아닌 이를 풀어쓴 일종의 입문서입니다. 1 현상이란 누구에게 어떤 것이 주어져 그에게 의식되는 것을 말한다. 2 가장 확실한 것은 나는 죽는다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보편화시켜 인간은 죽는다로 만들고, 그 보편적인 죽음 너머에서 철학함의 주제를 긁어모으느라 노력한 것은 결국 가장 자명한 진리인 나의 죽음 앞에서의 도피이며, 나의 신체를 외면한 결과일 뿐이다. 나는 육체에서 해방된 사유로서의 주체도 아니고 순수의식으로서의 초월론적(선험적) 자아도 아닌, 육체를 가진 존재로서 지금 여기 살고 있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바로 나인 것이다. 나는 바로 나의 육체이다. 3 인간은 세계 속의 존재이며, 그가 관여해 본 적이 없는 그 세계로 선택의 여지없이 내던져져 그곳에서 통용되는 삶의 논리와 ..
서평 (잘) 쓰는 방법 간단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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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란? 서평 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서평이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의 저자 이원석에 따르면 이는 책을 읽고 쓰는 해석과 비평이다. 이때, 서평과 독후감은 다르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서평은 독후감과는 다르게 주관적이며 감상적이기 보다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이인 구조를 가져야 한다. 즉, 서평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또 다른 독자(책과 서평 모두의)를 위한 글쓰기다. 따라서 서평은 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사유를 담습니다. 본질적으로 논리적인 반응이지요. (...) 서평은 서평을 읽어 줄 다른 이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 독후감이 일방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적입니다. - 이원석 유유 출판 (이하 동일) 조금 원론적이긴 하지만 이석원은 서평의 목적을 ..
돈이란 무엇인가? 돈에 관한 짧은 역사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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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이란 무엇인가? 돈에 대한 욕심은 왜 끝이 없을까? 지오르그 짐멜은 돈이란 '추상적이고 보편 타당한 매개형식'이라 말했다. 돈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하나의 매개체다. 이러한 돈은, 물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늘날에는 그 발행이 무한하기도 한), 하나의 보이는, 그러나 곧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다음은 에 나오는 돈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인간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는 동물로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익명적인 환경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빈번하게 교섭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킨다. 전통사회에서라면 오랫동안 맺어온 교분과 신뢰가 그 바탕이 되겠지만, 현대의 도시에서는 인격적인 관계가 전혀 없이도 교환과 협업이 이뤄진다. 그 매개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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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한 번은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시는 너무 어렵다고. 나는 친구가 몇 년 전에 선물로 준 시집을 그때까지도 다 읽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살면서 처음 선물 받은 첫 시집이었는데, 몇 편의 시를 읽고 또 읽어봤지만 결국 끝까지 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시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 그 날, 친구는 나와 함께 시를 읽어줬다. 시가 단지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시적 논리와 흐름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이해한 날이었다. 요즘에도 시를 쓰고 있냐는 질문에 친구는 그렇다고 말했다. 왜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친구는 애써 그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그런 생각을 한다. 글을 쓴다는 것, 그러니까 시든 에세이든, 비평이든 무엇이든 결국 읽히기 이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