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다짐이 무의미한 이유 ⏐ 일상 에세이 ⏐ 7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 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 오마에 겐이치 중" 다짐은 보통 무의미하다. 다짐은 그 자체로 만족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놓고 보면 다짐이라는 건 사실 '행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상상적 만족'을 위한 것이라 보는 편이 더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다짐만으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가 없으며, 변화를 위해서는 다짐이 아닌 계획이 필요하고, 계획의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짐에는 타인과의 약속과는 다르게 구속력이나 책임감도 존재하지 않기 마련이다. 앞에서 언급한 오마에 겐이치의 말은 다짐의 무의미함..


    애드센스와 블로그 운영, 글쓰기에 대한 고민 ⏐ 일상 에세이 ⏐ 6

    얼마 전 구글 애드센스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지난 한 달간 광고 노출이 48%가 늘었고, 수익이 42%나 증가했다는 축하 메일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번 돈이 11.7달러, 1만 3천원 정도 되는 돈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블로그에 글을 써서 그 정도 돈이라도 버는 게 어디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정말이지 눈물나는 금액이다. 물론 구글에게 고료를 기대하는 건 전혀 아니다. 어쩌면 단돈 만 원이라도 주는 것이 고마워 해야 하는 게 오늘날 블로거들의 입장이다. 다만,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앞으로의 글쓰기 방향을 정리해 보기 위해서다. 현재 제 블로그 트래픽의 대부분이 여행 관련 정보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보성 글이지만 그런 정리 글을 쓰는 걸 좋아..


    서른, 초조해 하지 말고 다음 물결을 기다리면 된다 ⏐ 일상 에세이 ⏐ 5

    꽤나 울적하고 무기력했던 이십 대 시절이 있었다. 우울과 좌절 속에서 검은 밤 하늘 같은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몸과 마음 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감당해 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나는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보고, 사색을 하며, 글을 쓰며 보냈다. 한 때는 그렇게 지나간 이십대의 시간과 순간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버린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것들을 하나의 점으로, 하나의 선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른이 된 나는, 그렇게 서른 하나가 되어 가는 시점의 나는 더는 초조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들이 조각 나 버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각으로 고스란히 내게 남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


    해외 여행과 전자기기, 그리고 여행 ⏐ 여행 에세이 ⏐ D-31

    해외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전자기기다. 길을 찾고, 맛집을 검색하고, 각종 티켓을 저장하고, 항공과 숙박 체크인까지 모두 감당하는 스마트폰은 당연 필수품이며, 사진이나 영상 작업을 하려면 카메라와 노트북이 있어야 한다. 그뿐일까. 여행지에서도 전자기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려면 저마다 다른 충전기, 배터리, 메모리 카드, 케이스 등 보조 기기들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이번 여행에 내가 가져가는 전자기기들은 후지 X100F카메라, 고프로, 맥북, 페이퍼프로, 스마트폰이다. 여기에 카메라용 SD 카드, 여분 배터리, 충전기, 고프로 용 SD 카드, 여분 배터리, 충전기, 삼각대, 맥북용 충전기, 페이퍼프로 용 충전기, 스마트폰 충전기 및 각종 충전기를 한 데 모아 줄 멀티 어댑터들을 함께 가져 간다...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 세계 여행 ⏐ D-37

    20대의 많은 시간을 여행을 하며 보냈다. 두 번의 워킹홀리데이가 두 개의 큰 축이었고, 이후 배낭 여행, 자전거 여행 등을 하며 거의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자유로운 여행을 했다. 여행 길에서 매번 나 자신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이번에 떠나게 되는 여행의 무게 중심 축은 '나'가 아닌 '콘텐츠 생산'으로 기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는 결코 밥 벌어 먹고 살 수 없다는 이치를 이제서야 조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여행 작가이자 유튜버를 위한 도전이다. 글쓰기와 사진은 그래도 꾸준히 해왔던 일들이라 잘 쓰고, 잘 찍진 못해도 내 실력이 어느 수준인 줄은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위치가 어디쯤인 줄도 알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도 보이는 편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완전히 새로운 영..


    내가 수영을 배우는 이유 ⏐ 일상 에세이 ⏐ 2

    잠시 동안 이었지만 초등학생 때 내 꿈은 축구 선수였다. 친구들은 꿈나라에 빠져있을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곳에서 슛돌이 꿈나무들과 공을 찼다. 폐활량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민첩성은 좋은 편이라 공격수로 주로 뛰곤 했다. 물론 중학교에 들어가며 그 꿈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축구가 재밌었고,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매일 공을 차곤 했다. 고등학교 때는 축구뿐만 아니라 운동 자체를 거의 하지는 못했는데, 학교에서 운동할 시간 자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육 시간은 일주일에 딱 2시간이 주어졌었는데, 그것마저도 고3이 되니 쓸데없는 예체능이라 하여 없어져버렸다. 대학생이 되고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었다. 축구도 하고 풋살도 하며 다시 운동에 흥미를 붙여갈 무렵, 새로운 운..


    빠이, 여행의 이유 ⏐ 여행 에세이 ⏐ 세계 여행 ⏐ D-57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빠이라는 작은 마을을 여행하고 왔다. 빠이에서는 스쿠터를 빌려 마을 곳곳을 돌아 다녔는데, 해질 무렵 빠이 캐니언이라 알려진 곳에 오르게 되었다. 좁디 좁은 길의 끄트머리에 앉거나 서서 사진을 찍는 이들을 지나 조금 더 먼 곳으로 혼자 나아가게 되었을 때,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있던 단어들이 하나 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적요함, 아름다움, 사랑과 같은. 공기의 이동마저 멈춰버린 듯한 뜨거운 어느 길목을 지나, 양 옆으로 펼쳐진 위태로운 절벽의 풍경과 구름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순간이 전체가 되는, 일종의 충만함은 여행지가 유독 아름답거나 특별해서라기 보다는 스스로가 그만큼 무미건조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그곳에 한참을 앉아 있은 다음에야 ..


    책이 읽고 싶을 때 ⏐일상 에세이 ⏐ 1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난 다음 공백의 시간이 찾아들때면, 책을 읽고 싶다. 오늘처럼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늦은 아침이면 독서만큼 좋은 게 없다. 물론 독서만큼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두 뺨에 와닿는 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팔락거리는 책장을 바람결이 넘기도록 내버려두며, 풍경과 텍스트를 번갈아 응시하는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책을 읽을 때면 몸과 마음의 빈 공간이 말과 문장으로 가득 차오른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얼마 뒤 새로운 문이 하나 열린다. 그러니까 여러 책 중에서도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나의 외연과 내연은 한껏 부풀었다가,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새로운 문을 내곤 한다. 그렇게 책을 읽음으로써 성장해 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읽어내지 않으면 결코 살아있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