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일상 에세이

    걷기의 효과와 효능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 일상 에세이 ⏐ 13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자가 격리를 하느라 걷지 못하니 문득 떠오른 책인지도 모르겠다. 이라는 책으로 몇 년전에 꽤나 인상깊게 본 책이었다. 에버노트에 저장해 둔 책 속의 문장들을 꺼내보기 전 문득, 이번 여행동안 하루에 얼마나 걸어다녔는지 살펴봤다. 만보기 앱을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디바이스 내 자체 어플들에 내 발걸음들이 수치화되어 있었다. 적게는 하루 6~7천 걸음, 많게는 2~3만 걸음까지 걷곤 했다. 여행의 순간은 짤막하기 그지 없지만, 우리는 그 어느 순간보다 이러한 순간을 길게 기억한다. 그건,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적 자극이 더 많아지기 때문은 아닐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화면 밖의, 굳이 구분하자면 아날로그적 새로운 물리적 자극 말이다. 그건 바다에 들어가는 멋진 영상을 ..


    여행을 떠나며 ⏐ 일상 에세이 ⏐ 12

    1. 떠남은 영원할 것 같았던 익숙한 일상의 시간과 공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인식하게 한다. 그리하여 잠시나마, 정신없이 달려가던 삶의 궤적 위에서 달음질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떠나고 싶지 않은 애틋한 순간에 대한 아쉬움이 다가올 변화에 대한 기대로 대체되지 않는 순간에도 떠나가야 할 시간은 다가온다. 작은 매듭을 하나 만들어 둔다. 기약期約하는 것이다. 글을 남겨 둔다. 기억하려는 것이다. 어쩌면 기약하는 것은 기억하려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2. 떠남을 앞두고 릴케의 말을 곱씹어 본다. 당신은 아직 매우 젊고,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입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당신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당신 마음속의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서 인내를 가져주십시..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법들: 철학과 창업 ⏐ 스타트업 아이디어 ⏐ 일상 에세이 ⏐ 11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법들: 철학과 창업 ⏐ 스타트업 아이디어 ⏐ 일상 에세이 ⏐ 11 누구나 문제를 겪는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해결하지 못하기도 한다. 보통은 자신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다른 이들도 겪을 수 있다'는데 주목하고 그들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려는 이들이 있다. 이타주의자들이 아니다. 창업가라 불리는 이들이다. 유튜브에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며, 문제와 니즈에 대한 개인의 심리적, 지식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현실화해 또 다른 가치나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것은 하나의 시스템적 틀을 형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철학과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가능한한 정확하게, (보다 쉽고, 편..


    사랑과 낭만 ⏐ 일상 에세이 ⏐ 10

    사랑과 낭만 ⏐ 일상 에세이 ⏐ 10 홀로 집을 지키는 늦은 밤. 서울에서 짐으로 부쳤던 스탠드를 꺼내 전원을 꽂았다. 은은한 노란 불빛이 방 안을 비추는 공간 속에서, 오랜만에 노트북이 아닌 노트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집 근처 어느 문구점에서 샀던 연습장과 같은 노트를 뒤적이다 '갈급한 심령을 가볍게 위로하지 않고 어루만져 주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고 적어 놓았던 문장을 발견했다. 심령이 존재의 한 상태라면, 갈급함은 세계를 향한 존재의 분투 즉, 낭만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낭만이란 세계라는 장벽 앞에서 심령이 갈급해하기를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서 낭만이 실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럴때에 누군가의 갈급한 심령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때로는 함께 시도하기도..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 일상 에세이 ⏐ 9

    주기도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다. 이는 단지 '오늘 하루 먹을 양식을 달라'는 것 이상으로, '내일 일을 염려치 않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겠다.'는 삶의 태도를 담고 있으며, 더불어, 크리스천으로서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의미의 양식을 간구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의 흡족한 양식을 구하는 태도는 최선이라는 삶의 가치와 함께 겸허함을 지향한다. 2020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2019년을 돌아보건데, 이번 한 해 만큼 일용할 양식에 허덕였던 적도,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용할 양식을 갈구하지 않았던 적도 없는 것 같다. 아이러니한 풍요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 아니라, 그러한 부족과 결핍에 그만 익숙해져 버린 탓이었다. 계속되는..


    집이라는 공간 ⏐ 일상 에세이 ⏐ 8

    크리스마스에 맞춰 짐을 부치고 집에 내려왔다. 2년이 넘는 길고도 짧았던 서울 살이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집은 포근하고 아늑하기 그지없었다. 대학생이 되며 기숙사에 들어간 나는 20대가 되면서 집을 떠나왔고, 그때부터 내게 집은 든든한 밥을 먹고 애정을 누리는, 그렇게 지쳤을 때 쉼을 얻고, 다음을 위한 힘을 재충전하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집에는 그러한 공간을 만들어 가는 부모님이 줄곧 계셨다. 하우스(house)와 홈(home)이라는 영어 단어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모두 집이지만, 그 둘의 뜻은 조금 다르다. 하우스가 건물로써 집을 의미한다면, 홈은 보다 아늑한 집 안의 공간, 가정을 일컫는다. 서울의 자취방이 그저 하우스에 불과했다면, 부모님과 함께 있는 이곳은 따뜻한 홈이다. 서울의 자취방..


    다짐이 무의미한 이유 ⏐ 일상 에세이 ⏐ 7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 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 오마에 겐이치 중" 다짐은 보통 무의미하다. 다짐은 그 자체로 만족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놓고 보면 다짐이라는 건 사실 '행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상상적 만족'을 위한 것이라 보는 편이 더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다짐만으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가 없으며, 변화를 위해서는 다짐이 아닌 계획이 필요하고, 계획의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짐에는 타인과의 약속과는 다르게 구속력이나 책임감도 존재하지 않기 마련이다. 앞에서 언급한 오마에 겐이치의 말은 다짐의 무의미함..


    애드센스와 블로그 운영, 글쓰기에 대한 고민 ⏐ 일상 에세이 ⏐ 6

    얼마 전 구글 애드센스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지난 한 달간 광고 노출이 48%가 늘었고, 수익이 42%나 증가했다는 축하 메일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번 돈이 11.7달러, 1만 3천원 정도 되는 돈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블로그에 글을 써서 그 정도 돈이라도 버는 게 어디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정말이지 눈물나는 금액이다. 물론 구글에게 고료를 기대하는 건 전혀 아니다. 어쩌면 단돈 만 원이라도 주는 것이 고마워 해야 하는 게 오늘날 블로거들의 입장이다. 다만,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앞으로의 글쓰기 방향을 정리해 보기 위해서다. 현재 제 블로그 트래픽의 대부분이 여행 관련 정보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보성 글이지만 그런 정리 글을 쓰는 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