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일상 에세이

    카프카 "초조해 하는 것은 죄다"⏐ 일상 에세이 ⏐ 20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카프카는 이듬해인 1907년 보험 회사에 취업한다. 카프카는 일을 마치고 틈틈이 글을 썼는데, 진정으로 문학을 하고 싶어 했다. 1917년 결핵을 진단받고 4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제는 '대문호'라 일컬어지는 카프카지만, 그의 작품은 당시엔 거의 묵살되다시피 했으며,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는 친구에게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프카의 대표작 이라는 소설은 어쩌면 그렇게 쓰여질 수밖에 없던 카프카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런 카프카는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고 말한 바 있다. 초조함에 대하여 초조함이란 다름 아닌 지금, 당장의 시간에 어찌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초조함이 계속되면 불안이 시작된다. 불안은 초조함의 일상화로 ..


    운명이란 해답 ⏐ 일상 에세이 ⏐ 19

    운명이란 것을 전혀 믿지 않지만, 때로는 운명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야 하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정체된 순간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 무엇을 움켜쥐지 않았기에 어쩌면 삶이란 게 멈춰버린 것이고, 그것을 움켜쥐어야만 삶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요. 김영하는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고요. 소설가처럼 운명론에 철저하게 반대할 수 있는 이들도 없을 것이지만, 그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운명을 수긍하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 그래야만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도, 그의 문장도 말입니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김영하 <여행의 이유> 를 읽으며: 여행하듯 살기 ⏐ 일상 독서 에세이 ⏐ 18

    많은 이들이 삶을 하나의 여행에 비유하곤 합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죠.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죠. 살아간다는 것 또한 작은 생명으로 태어나 한 시대와 사회를 여행하고, 다시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일까요. 김영하에서 나오는 글귀를 읽다보니, 그러한 비유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 김영하 중 여행을 떠나면 기대와 다른 현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현실을 보게 되죠. 그러한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우리의..


    직과 업의 차이 그리고 다능인에 대하여 ⏐ 일상 에세이 ⏐ 17

    기업은 스페셜 리스트를 찾곤 한다. 해당 포지션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할 노동자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담원은 상담 전화를 받아야 하고, 마케터는 마케팅을 해야 하고,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을 짜야한다.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직업의 정의,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직(職)의 정의일 것이다. 그렇다면 업(業)은 무엇일까? ‘업(業)’은 힌두어로는 ‘karma', 라틴어로는 ‘mission’이라고 한다. (...) 업과 결합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다.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업을 이루어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기 때문이다. (...) 사업, 생업, 주업, 부업, 과업, 잔업 등등 우리 삶이란 결국 자신의 업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아닐 수 없다. - 직과 업의 차..


    우리는 서로의 환대에 빚지고 살아간다 ⏐ 일상 에세이 ⏐ 16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김영하 중 우리는 지극히 연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행성에서 태어난다. 이때, 갓 태어난 생명을 돌보는 보호자가 없다면 아이는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 태어나면서부터 겪게 되는 무차별적인 환대,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환대를 우리는 태초에 경험한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자신의 아이를 몰래 내다 버리는 유기가 그중 하나다. 이유를 불문하고 아이를 유기한 부모는 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한다. 연약한 생명을 유기하는 것이, 그렇게 아이를 품 안으로 환대하지 않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다는 인식에서다. 환대는 사회를 이루는 기..


    우리의 내면이 공허해지는 이유: 온라인과 오프라인 ⏐ 일상 에세이 ⏐ 14

    별 일 없을 때 건, 별 일 있을 때 건 나는 항상 온라인 상태다. 나와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나의 SNS와 프로필, 블로그를 보고 내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고, 나 또한 그렇다. 그렇게 인터넷 세상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수 많은 삶들로 시끌벅적하다. 온라인은 결코 멈춰서는 법이 없다. 그것이 온라인의 또 다른 정의다. 전원 차단, 배터리 방전, 접속 오류로 온라인 상태가 해제되기라도 하면, 온갖 축제가 벌어지던 현란한 세상은 일순간 깜깜한 무인도가 되고 만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크롬의 공룡 뛰어넘기 게임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기록을 갱신해도 '의미'가 없지 싶은 건, 이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온라인 세상은 가치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해냈다...


    걷기의 효과와 효능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 일상 에세이 ⏐ 13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자가 격리를 하느라 걷지 못하니 문득 떠오른 책인지도 모르겠다. 이라는 책으로 몇 년전에 꽤나 인상깊게 본 책이었다. 에버노트에 저장해 둔 책 속의 문장들을 꺼내보기 전 문득, 이번 여행동안 하루에 얼마나 걸어다녔는지 살펴봤다. 만보기 앱을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디바이스 내 자체 어플들에 내 발걸음들이 수치화되어 있었다. 적게는 하루 6~7천 걸음, 많게는 2~3만 걸음까지 걷곤 했다. 여행의 순간은 짤막하기 그지 없지만, 우리는 그 어느 순간보다 이러한 순간을 길게 기억한다. 그건,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적 자극이 더 많아지기 때문은 아닐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화면 밖의, 굳이 구분하자면 아날로그적 새로운 물리적 자극 말이다. 그건 바다에 들어가는 멋진 영상을 ..


    여행을 떠나며 ⏐ 일상 에세이 ⏐ 12

    1. 떠남은 영원할 것 같았던 익숙한 일상의 시간과 공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인식하게 한다. 그리하여 잠시나마, 정신없이 달려가던 삶의 궤적 위에서 달음질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떠나고 싶지 않은 애틋한 순간에 대한 아쉬움이 다가올 변화에 대한 기대로 대체되지 않는 순간에도 떠나가야 할 시간은 다가온다. 작은 매듭을 하나 만들어 둔다. 기약期約하는 것이다. 글을 남겨 둔다. 기억하려는 것이다. 어쩌면 기약하는 것은 기억하려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2. 떠남을 앞두고 릴케의 말을 곱씹어 본다. 당신은 아직 매우 젊고,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입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당신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당신 마음속의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서 인내를 가져주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