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일상 에세이
행복한 인생 | 66 | 일상 에세이
인간은 결코 현명하지 않다. 과연 현명했는가? 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지난 선택들을 반추해볼 수 있을 뿐. 그렇게 삶의 지혜를 체득했을 무렵, 아- 소중한 인생이 여기까지 흘러와 버렸구나. 지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버렸구나. 하는 것이지. 그게 바로 삶이지. 삶을 처음부터 다시 살 수 있는, 그러니까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다르게 살까. 글쎄. 모든 것은 결국 최선이 아니었던가. 어느 정도의 만족감과 어느 정도의 후회. 그것들이 교차하는 덫 없는 무엇이 인생의 정체가 아니던가. 그대에게 고통이 없다면 행복한 것이리라. 그러니 이제 행복한 인생을 위해 자족하는 법을 배우면 된다. 지금 주어진 상황과 현실에서 유유자적하는 법을 배운다면야. 현실에 온전히 안주하여 불안하지 않은 자, 그리하..
챗 GPT를 고용하다 ⏐ 65 ⏐ 일상 에세이
최근 잦은 이동과 더불어 휘몰아치는 일을 처리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만간 다시 출국을 앞둔 지금 일을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해서 각종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구인구직란을 열심히 살펴봤다. 그 중 연락해보고 싶은 몇 분을 저장까지 해놨다. 그러나 결국 연락을 드리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1) 인터뷰 등 고용의 절차를 밟아야 하고 2) 아웃풋이 예측 불가능하며 3) 최소 월 몇 백에 달하는 임금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챗 GPT를 고용하다 오늘은 번역일과 콘텐츠 작성 일을 하며 챗 GPT를 적극 활용해봤다. 원하는 문단 요약, 초벌 번역, 다시 쓰기 등 혼자했으면 몇 시간을 걸릴 일을 단 몇 분만에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러다 트래픽이 몰렸는지 응답이 무한 대기 상태로 들어갔는데, 결국 $20를 내고 유료..
한국에서 살지 그래 ⏐ 64 ⏐ 일상 에세이
아버지와 함께한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발리로 넘어왔다. '한국에서 살지 그래.' 지인들은 자꾸만 나보고 한국에 들어와 살라고 말한다. 아마도 우리가 편하게 만날 수 있어서 일까? 아니면, 아직도 내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대체 왜 나오고 싶어 했을까?' 그런데 사실, 이건 내가 진짜 궁금한 질문이 아니라 '왜 나가려고 해?'라고 묻는 지인들의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렇게 묻지 않으므로. 그래서 '그냥.'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상대는 '뭐야'라는 표정을 지을 것이 뻔하므로, 어딘가 납득이 갈만한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리하여 내가 준비한 대답은 '그냥. 나답게 살면서, 일해보려고.'다. 이번에 출국을 하면서 두 권의 책을 가져왔는데 ..
경제적 자유의 진짜 의미 (feat. 하루키) ⏐ 63 ⏐ 일상 에세이
"그럼 대체 그 많은 돈으로는 무얼 하시나요?" "자유. 자유를 사고, 내 시간을 사요. 그게 가장 비싼 거죠. 인세 덕에 돈을 벌 필요는 없게 됐으니 자유를 얻게 됐고, 그래서 글 쓰는 것만 할 수 있게 됐죠. 내겐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더 많은 돈을 번다. 일본의 작가 하루키 이야기다. 그런데 애초부터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작가가 되면 90% 이상은 춥고 배고프고 가난한 삶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하나의 단어가 되고, 문장으로 연결되어, 결국 좋은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통이나 결핍이 필수적이니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여유로운 상황에서..
2022 연말 결산 ⏐ 62 ⏐ 일상 에세이
어느덧 연말이다. 2022년 한 해를 결산해보고자 한다. 올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부분은 글쓰기와 개발 공부 그리고 투자와 파이프라인 정리였다.블로그 포스팅 340개2022년 한 해 동안 이곳 블로그에 135개의 글을 썼다. 다른 블로그에는 205개의 글을 썼는데 모두 합치면 340개의 글을 썼다. 1일 1포스팅을 계획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거의 하루에 1개의 글을 쓴 셈이다. 하나의 글을 쓰는데는 짧게는 30분에서 2-3시간이 걸리는데, 돌이켜보니 매일 시간을 내서 글을 썼던 거 같다. 340개라니! 이정도면 거의 1일 1포 아닌가! 블로그를 정말 열심히 했구나 싶다.타임라인 회고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개발 부트캠프에 다녔다. 생각만하던 개발을 제대로 공부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
선택에 대하여 ⏐ 61 ⏐ 일상 에세이
지난 9월 직장을 그만뒀다.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 생활을 오가던 나는 그렇게 다시 온전한 프리랜서가 됐다. 사실 오래도록 지금의 때를 기다려왔다. 직장인이 아니라 혼자서 나의 일을 하는 솔로 워커가 되기를 마침내 선택하는 순간을. ‘그래서 이제 뭐할거에요?’라는 질문에 ‘계획은 없고요. 일단 놀고 싶습니다.’ 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던 내게는 이미 몇 가지 계획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나의 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꿈에 대해 파고들수록 ‘진짜 나만의 꿈’은 내게서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진짜‘ ’나만의‘ ’꿈‘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심할수록 현실적인 대답은 요원해졌다. 꿈을 좇으려 할 수록 현실의 나는 자꾸만 삐걱거렸다. 결론적으로 내겐 ’진짜‘ ’나만의‘ ’꿈‘과 같이 평생에 ..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들 ⏐ 60 ⏐ 일상 에세이
어제는 교회에 갔다가 소모임에 출석했다. 처음 만나는 구성원에 집에 초대를 받았고, 그곳에서 진저 브레드 하우스를 만들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사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모임에 조금 힘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어색함도 없잖아 있었고, 영어로 이야기를 했던 터라 몇 시간 지나니 머리가 좀 아팠다. 그럼에도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라이프 셰어링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는 모였었는데, 삶을 나누는 방법은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관념적인 일 뿐만 아니라 함께 같은 공간에 모여 구체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괜시리 생각이 많아졌고, 그대로 집에 들어가려다 근처의 바에 갔다. 이미 몇 번 방문 했던 곳이라 사장님과 안면이 있었고, 위스키를 마시며 이런저런 근황 얘기를..
행복에 대하여 ⏐ 59 ⏐ 일상 에세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렇게 사세요'하고 말하는 책들을 읽을 때면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저자가 제시하는 말들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충돌할 때, 그것도 방대한 논리와 근거로 나를 설득해올 때, 어딘가 잘못된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좀처럼 보지 않는다. 애초부터 우리는 다른 삶의 맥락에 놓여있고, 또한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른데 과연 그대의 말이 내게 얼마나 유효할 수 있을까? 인생은 수학이 아니라 문학에 더 가까울 것이라 믿는 나는 행복과 삶에 대한 명쾌한 성공 방정식보다는 황량한 삶의 한복판에서 써내려간 누군가의 진실한 고백 앞에 멈춰서서 더 많이 다짐하고 결심하고 싶어진다. 사실 행복은 내 삶..